오늘의 문장

공기와 미세먼지(2019년 3월 14일)

divicom 2019. 3. 14. 08:15

꽃샘추위가 반갑습니다. 북풍 덕에 미세먼지가 사라지고 파란 하늘이 보입니다.

곰기를 마음껏 들이마시고 내쉬는 게 행운처럼 느껴집니다.


조금 더 살다 보면 '미세먼지를 비롯한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하게 될 지 모릅니다. 

'하는 수 없이 닦아도 도(道)는 도'라는 말이 새삼스럽습니다.


김수종 선배님이 자유칼럼에 미세먼지와 공기에 대해 쓰셨기에 옮겨둡니다.

25분 동안 공기를 공급받지 못하면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을 이 글에서 배웠습니다.

우리는, 인간은 이렇게 약한 존재입니다.

지금 여의도에서 '짖어대는' 사람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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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기 시대에서 공기청정기 시대로

2019.03.12

3월 들어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 공습으로 대한민국은 비상입니다. 청와대의 대통령 집무실에서부터 초등학교 교실에까지 미세먼지 대응으로 난리 치고 있습니다. 마스크가 날개 돋친 듯이 팔려 어느 제조회사는 3월 초순까지 매출액이 작년 1년치를 돌파했다고 합니다. 학교 등 공공시설 곳곳에서 공기청정기가 설치되지 않았다고 야단입니다.

미세먼지가 내습하기 시작한 지난 3일 둘레길 우면산 코스에 있는 소망탑 전망대에 올라갔습니다. 햇볕이 내리쬐는 맑은 날씨였는데도 남산 서울타워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세먼지가 심했습니다. 재작년 봄 환경재단이 주관한 미세먼지 토론회에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이기영 교수가 했던 말이 기억났습니다. “공기는 눈으로 볼 수 없어야 좋은 겁니다. 그런데 자주 공기를 보게 됩니다.”

공기청정기와 마스크가 얼마나 미세먼지를 걸러내는지 사람들은 불안합니다. 사람은 물은 안 마셔도 보름은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인간이 숨을 쉬지 않고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 숨을 참고 가장 오래 버틴 세계 기록이 있습니다.

2016년 2월 28일 스페인의 다이빙 선수 알렉스 벤드렐은 바로셀로나에서 숨을 참고 24분 3초를 견뎠습니다. 세계 70억 명이 넘는 사람에게 공기를 25분 동안 공급하지 않으면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면 인간은 얼마나 많은 양의 공기를 마실까요. 전문가들이 계산해 낸 것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어른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동안 숨 쉬는 횟수는 1분간 평균 14번이고, 1회 호흡에 소비하는 공기 양은 0.5ℓ입니다. 1분이면 7ℓ, 1시간이면 420ℓ, 하루면 1만80ℓ, 1년이면 367만9200ℓ입니다. 세계의 평균 수명 67.2세를 기준으로 하면 인간은 일생 동안 2억4724만2240ℓ의 공기를 마시게 됩니다. 이 공기를 무게로 환산하면 하루 12㎏, 1년 4380㎏, 평생 29만6690㎏의 공기를 소비하는 것입니다.

활동하는 건강한 어른을 기준으로 할 때 하루 호흡하는 공기양은 최대 2만ℓ까지 추정됩니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양의 공기가 우리 가슴속 허파로 들어가 생명작용을 합니다.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사는 것이 얼마나 건강 유지에 중요한 일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미세먼지의 공격을 두 방향에서 받고 있습니다. 하나는 국내의 발전소, 산업시설, 화석연료차량이 내뿜는 스모그입니다. 또 하나는 중국에서 날아오는 황사에 섞인 산업 미세먼지입니다. 국가안보, 수출입, 문화교류 등 중국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 없더니 이제 숨 쉬는 공기마저 중국 대륙의 영향 아래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미세먼지도 쓰레기입니다. 인간이 편하게 살려고 화석연료를 태우면서 배출되는 쓰레기입니다.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대책을 세우라고 사람들이 외칩니다. 정부 정책을 잘 세우면 미세먼지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기는 하지만, 이제 소비자들이 스스로 미세먼지 배출을 줄이도록 행동을 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미세먼지 심한 날 자동차 하루 쓰지 않겠다는 배려가 절실한 때입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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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수종

한국일보에서 30년간 기자 생활. 환경과 지방 등에 대한 글을 즐겨 씀.
저서로 '0.6도' '다음의 도전적인 실험' 등 3권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