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레 미제라블(2019년 2월 28일)

divicom 2019. 2. 28. 17:10

베트남 하노이에서는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됐다고 시끄럽고 

나라 안에서는 태어나는 아기의 수가 사망자의 수보다 줄었다고 시끄럽습니다.


미세먼지 자욱한 거리 곳곳에서는 오래된 건물들이 새 집으로 바뀌느라 시끄럽고

나무들 사이를 걷다 보면 새 잎과 꽃봉오리가 돋아나느라 시끄럽습니다.

가을이 서늘 바람을 타고 온다면 봄은 소음을 타고 오는 것이지요.


삶은 다른 노트에 적힌 같은 이야기...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나면 오늘 우리의 눈과 귀를 점령했던 '뉴스'들은

모두 거름이나 먼지가 되어 사리지거나 한 줄 역사가 되겠지요.


세상이 시끄러울 때 고전을 읽으면 몸과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기에됴 좋고

'무엇이 중헌디?'를 재확인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요 며칠 빅토르 위고(Victor Hugo)의 <레 미제라블(Les Misérables)>을 읽으며

혼자 미소 짓곤 했습니다. 

위고의 글은 위엄 있게 걷는 윤기 흐르는 검은 고양이 같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속도와 유머를 잃지 않는 그이 덕분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제가 읽은 책은 위고가 쓴 프랑스어 원본을 노먼 데니(Norman Denny)라는 영국 작가가

영어로 번역해 펭귄북스(Penguin Books)에서 출판한 것입니다. 

눈에 띄었던 몇 구절을 대충 번역해 아래에 옮겨둡니다.

인용문의 출처가 29쪽에서 227쪽으로 건너뛴 건

중간 부분을 지하철과 버스에서 읽은 탓에 메모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족: 이 책을 읽는 동안 두 번이나 신문에 이 책이 언급된 것을 보았습니다.

      한번은 아주 작은 에스오일 광고에서, 또 한번은 경향신문 '내 인생의 책'에서.

      반가웠습니다.

        


p. 2 

"This is the distinction: the doctor's door must never be shut; the priest's door must always be open."

의원의 문과 성직자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어야 해. 그것이 다른 직업과 다른 점이야.


p. 5

Ignominy thirsts for respect.

수치스러운 일을 하는 사람일수록 존경받고 싶어 한다.


p. 15

She worked in order to live, and presently fell in love also in order to live, for the heart, too, 

has its hunger.

그녀는 살기 위해 일했고, 살기 위해서 사랑에 빠졌다. 살려면 심장의 허기도 채워야 하니까.


p. 20

The fiercest animals are disarmed by a tribute to their young.

아무리 사나운 짐승도 제 새끼를 칭찬하면 무장해제가 된다.


p. 22

... to the cat even the smallest mouse is better than none.

고양이에겐 아무리 작은 쥐도 없는 것보단 낫다.


p. 29

No one is more avidly curious about other people's doings than those persons

whom they do not concern.

남의 일에 큰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은 언제나 가장 상관 없는 사람들이다. 


p. 227

She was as rich in sorrow as you are in happiness. That is how God evens things out.

네가 행복에 겨워하는 만큼 그녀는 슬픔에 겨워 했다. 신은 그렇게 균형을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