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영웅 '굴백사' (2010년 7월 1일)

divicom 2010. 7. 1. 11:56

칠월의 첫날, 지난 여섯 달 동안 무엇을 했던가 돌아보니 문득 우울합니다.

무엇보다 몸이 마음을 따라주지 않아 허송한 시간이 너무 깁니다. 

남은 여섯 달은 몸을 달래가며 좀 더 의미 있게 보내자, 마음을 다잡고

신문을 펼칩니다.

 

그렇고 그런 정치 얘기, 경제 얘기 대충 훑고 지나가다 보니 '영웅'이

보입니다. 트럭운전기사 임성모 씨. 한국방송KBS의 '퀴즈 대한민국'에서

3주 연속으로 우승을 하여, 44대 '퀴즈 영웅'이 되었답니다.

쉰일곱이니 제 또래인 임 씨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네 명이나 되는 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자신은 중학교까지만 졸업하고

학교를 그만두었습니다.

 

그러나 학교 포기가 공부 포기는 아니었습니다.

신문, 잡지, 텔레비전 등을 통해 스스로를 끊임없이 교육하다보니

지식이 쌓여, 주변 사람들로부터 '굴백사 (굴러 다니는 백과사전)'로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우승 상금이 4천 만원이나 된다니 부럽기도 하지만,

이 상금과 '영웅'의 영예가 지난 사십 여 년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명문대생 등 쟁쟁한 출연자들을 물리치고 '영웅'이 된 그가 말한 대로

저학력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조금이나마" 허물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집에선 아침에 텔레비전을 틀지 않지만, 이번 일요일(4일) 10시에 방영되는

KBS1TV '퀴즈 대한민국' 속의 '영웅'은 꼭 보고 싶습니다.

 

운명이 자신의 길을 막을 때, '영웅'은 바로 그 운명을 관통하는 길을 냅니다.

제 운명이 제게 자꾸 신고(身苦)를 준다면, 그것을 이기는 길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그건 지식을 대신할 지혜를 찾는 일일 겁니다. 자주 아파 지식을

쌓지도 못하는 사람이 지혜로워지지도 못한다면, 그야말로 낭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올해의 끝에서 조금 지혜로워진 저를 만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