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소지섭 씨에게 (2010년 7월 2일)

divicom 2010. 7. 2. 10:25

지섭 씨,

 

박용하 씨가 이승을 버린 순간부터 그침 없는 지섭 씨의 눈물을 보며,

한 사람 속엔 얼마나 많은 양의 눈물이 숨어 있는 것일까, 생각합니다.

용하 씨를 잘 모르면서 용하 씨를 좋아했듯

지섭 씨를 잘 모르면서 지섭 씨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자꾸 걱정이 됩니다. 저리 많은 눈물을 흘리고 어찌 살아갈까...

 

지섭 씨,

 

한밤중 홀로 술잔을 기울이다 보면 "용하를 따라가고 싶다"는

생각이 안개처럼 지섭 씨를 휘감을 겁니다. 

그러니 결코 혼자 마시지 말고 취한 몸으론 혼자 있지도 마세요.

깨어 있을 때 몸은 정신의 지배를 받지만 취하게 되면 정신이 몸의 지배를 받습니다.

이 나라 사람들의 높은 자살율은 이 나라의 높은 음주율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지섭 씨는 물을지 모릅니다.

'이렇게 괴로운데 내가 왜 살아야 하느냐'고.

오늘처럼 비가 내리꽂힐 때면 '레인맨' 박용하가 더욱 그리울 겁니다.

 

하지만 지섭 씨,

지섭 씨에겐 아직 할 일이 있습니다.

지섭 씨의 얼굴, 이 나라의 배우들 중 가장 배우다운 얼굴, 그 깊은 얼굴이

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습니다.

 

배우(俳優)의 '배'를 보세요.

'사람 人(인)'에 '아닐 非(비)'이니, '배우'는 사람이 아닙니다. 도구입니다.

렌즈를 통해 진실을 보여주기 위해 태어난 도구입니다.

 

지섭 씨,

실컷 우세요.

몸 안의 모든 눈물 쏟아내세요.

그렇게 지섭 씨 안의 사람을 버리고 배우만 남겨두세요!

 

용하 씨의 자유와 지섭 씨의 각성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