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움직임을 거부해 종일 누워 지낸 어제, 하필 4.19혁명기념일이었습니다.
4월혁명의 주역들이 80대에 접어들며 '혁명'을 잊고, 왜 너희들은 우리와 다르냐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혁명'이 '다름' 추구의 가장 정열적 형태임을 생각할 때 참 놀라운 일이지요.
평생 '혁명'을 잊고 사는 사람들은 한심하지만,
'혁명'했던 사람들이 반혁명적으로 늙어가는 것은 안타깝습니다.
노화는 여러 가지 불편과 고통을 수반하지만 생각의 문, 마음의 눈을 닫게 하는 건 노화가 아니라
각 개인의 '사적(私的) 분노'이겠지요.
늙는다는 것은 왕왕 '공적 분노'를 잃고 '사적 분노'에 휘말리는 것,
나이 든 사람은 늘어도 늙는 사람은 적었으면 좋겠습니다.
4월이면 생각나는 신동엽 시인, 4월에 관한 그의 시는 이미 이 블로그에 실려 있지만
'너 에 게'는 처음으로 올립니다. 시의 제목이 '너에게'가 아니고 '너 에 게'입니다.
맨 끝 연의 '自然中'은 '자연중'입니다. <신동엽전집>에서 인용합니다.
너 에 게
나 돌아가는 날
너는 와서 살아라
두고 가진 못할
차마 소중한 사람
나 돌아가는 날
너는 와서 살아라
묵은 순터
새 순 돋듯
허구많은 自然中
너는 이 근처 와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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