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전기학 국장님 별세(2018년 4월 26일)

divicom 2018. 4. 26. 07:37

아는 사람들이 자꾸 세상을 떠나갑니다. 

싫은 사람도 떠나고 좋은 사람도 떠나고... 

이제 저승은 낯선 곳이 아닙니다. 

아는 사람들 여럿이 먼저 가 있는 곳입니다.


전기학 국장님이 어제 돌아가셨다는 문자를 오늘 새벽에 받았습니다.

며칠 전 한양대병원 응급실에 입원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평소 같으면 그대로 일어났겠지만 머리가 띵해서 다시 누웠습니다.

요즘 몸이 빌빌하는데다 어젯밤 늦게 잠자리에 든 탓이겠지요.

그러나 잠은 오지 않고 전기학 국장님의 모습만 떠오르며 눈이 젖었습니다.


제가 코리아타임스에서 보낸 12년, 그 짧지 않은 시간에 만났던

선후배들 중 전기학 국장님(제가 있을 때는 부장님이었습니다.)만큼

특별한 분은 없었습니다.


대개의 한국인에게 결여된 풍자와 위트로 무장하신 채

어떤 상황에서도 '전기학스러움'을 잃지 않으셨습니다.

때로는 유머러스하고 때로는 신랄한 위트를 구사하셨지만

격조와 예의를 잊지 않으시어 상처를 주는 일은 드물었습니다.


언어 센스가 뛰어나신 만큼 패션 센스도 뛰어나셔서

평범한 차림을 해도 멋스럽고 '전기학스러운 자유로움'이 배어나왔습니다.

지난 11월 노준헌 씨에게 마지막 인사를 고하고 나오다가

은평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뵈었을 때도, 헌팅캡을 쓰신 모습이

참 멋졌습니다. 그리고 그게 부장님과 저의 마지막 만남이 되고 말았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전기학 부장님은 북한에 고향을 두고온 실향민입니다.

냉면을 좋아하시고 약주를 즐기시던 것 모두 망향의 몸짓이었겠지요.

하필 남북관계의 얼음이 녹고 있을 때 떠나시니 더욱 안타깝습니다.


부장님, 전기학 부장님,

부장님은 아시지요?

사람의 겉과 속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늘 웃음을 주시던 부장님의 가슴 속에 가끔 찬바람이 불었듯

늘 쌀쌀해 보이던 제가 사실은 부장님을 참 좋아했다는 걸.


부장님, 

제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자유로우셨던 분,

혹은 자유롭기 위해 노력하셨던 분.

작은 배를 버리고 큰 배로 바꿔 타듯

작은 자유에서 큰 자유로 나아가소서!


삼가 명복을 비오며,

김 흥숙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