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오셀로(Othello)를 읽다가,
국립극장에서 지난 가을에 공연했던 연극 '오셀로-질투는 나의 힘'을
2월 말까지 재공연한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질투는 나의 힘'은 기형도 시인의 시... 그가 떠난 3월이 지척이라 그런가요,
그의 아름다운 모습이 더욱 그립습니다.
1989년 3월 7일, 그가 29세를 일기로 이 세상을 떠나간 지 어느새 29년...
저는 아직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요?
질투는 나의 힘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 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기형도 시집 <입 속의 검은 잎>
'오늘의 문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패럴림픽, 아카데미상, 포용 특약(2018년 3월 7일) (0) | 2018.03.07 |
---|---|
일본 가기 전에: 후쿠시마 오염과 제염(2018년 3월 4일) (0) | 2018.03.04 |
프랑스 여성 인권 상징 시몬 베이유 팡테옹 안장(2018년 2월 22일) (0) | 2018.02.22 |
<햄릿>, 그리고 아버지의 충고(2018년 2월 18일) (0) | 2018.02.18 |
설날, 인생, 그리고 <맥베스>(2018년 2월 15일) (0) | 2018.0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