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간의 설 연휴가 오늘로 끝나고 내일부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활전선'으로 복귀합니다.
먹고 사는 일이 얼마나 힘들면 '전선'이라는 말을 썼을까요?
연휴 동안 오랜만에 만난 자녀들이나 자손들에게 좋은 충고를 해준 부모들과 어른들이 많을 겁니다.
충고를 새겨 듣고 실천하는 것은 자녀와 자손들의 몫이고,
어떤 젊은이들은 '또 잔소리!'하며 고개를 흔들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어쩌면 그 충고는 '전선'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전선'에서 살아남으라고 일러준 것이겠지요.
셰익스피어의 <햄릿(Hamlet)> 1막에는 아버지 폴로니우스가
프랑스로 떠나는 아들 레어티즈에게 하는 긴 충고가 나옵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나 실천하긴 어려운 일... 그 충고의 일부분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봅니다.
Give every man thine ear, but few thy voice;
Take each man's censure, but reserve thy judgment.
모든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되 말하길 삼가라;
모든 사람의 판단을 받아들이되 네 판단은 신중히 하라.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말을 한 폴로니우스는 직물 벽걸이 뒤에 숨어
햄릿과 어머니의 대화를 엿듣다가 햄릿의 칼에 찔려 죽고 맙니다.
위 인용문의 첫 줄을 그대로 번역하면 "모든 사람에게 네 귀를 주되 네 목소리는 주지 말라"인데
벽걸이 뒤에 숨어 있던 폴로니우스가 햄릿이 어머니를 죽이는 게 아닌가 두려운 마음에
"도와달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목소리'를 내지 말아야 할 곳에서 냄으로써 죽게 된 것이니,
자신이 아들에게 했던 충고를 스스로는 실천하지 못한 셈이지요.
셰익스피어의 작품, 아니 '고전'으로 불리는 모든 책들의 공통적 특징은
그 책의 메시지가 시공을 뛰어넘어 오늘 여기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입니다.
명절 연휴에 기름진 음식을 먹고 잠도 평소보다 많이 자고 나니
유독 눈에 들어오는 문장이 있습니다. <햄릿> 4막 4장에서 햄릿이 하는 말입니다.
내일부터는 먹는 양과 자는 시간을 줄여야겠습니다.
What is a man,
If his chief good and market of his time
Be but to sleep and feed?
A beast, no more.
인간이 인생 대부분을
먹고 자는 것에 쓴다면
인간이라 할 수 있겠는가?
짐승에 불과할 뿐이지.
'오늘의 문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셀로-질투는 나의 힘(2018년 2월 24일) (0) | 2018.02.24 |
---|---|
프랑스 여성 인권 상징 시몬 베이유 팡테옹 안장(2018년 2월 22일) (0) | 2018.02.22 |
설날, 인생, 그리고 <맥베스>(2018년 2월 15일) (0) | 2018.02.15 |
불면, <맥베스>, 사막 달팽이(2018년 2월 3일) (0) | 2018.02.03 |
전봉준의 당당함, 우병우의 당당함(2018년 2월 1일) (0) | 2018.0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