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광화문 일대를 좋아했습니다.
특히 교보문고의 책꽂이들을 살피다가 책 몇 권을 사들고 오면 며칠이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광화문의 나이 든 나무들이 사라지고 궁전에 있어야 할 세종임금이 길바닥에 나와 앉으면서부터
광화문은 입큰 사람들이 떠들어대는 소음의 광장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사람을 만날 때도 가급적 광화문 근방을 피하고 혹시 나가게 되면 얼른 벗어나려 애쓰곤 합니다.
영혼에 안식을 주던 교보문고에도 가지 않습니다.
책이 차지하는 면적은 자꾸 줄어들고 --실제로 그런 건지 제 기분 탓인지는 모르지만--
아무 데나 앉아서 책을 보는 사람들 때문에 서가 사이를 거닐며 책을 볼 수도 없습니다.
바로 이렇게 길을 막는 사람들을 없애려고 서점 측에서 '100인의 책상'이란 걸 놓은 것인지 모릅니다.
그런데 그 책상에 앉은 사람들의 행태를 보면 염치와 상식을 잊은 혹은 잃은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저는 이 책상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부턴가 그 책상은 파렴치한 사람이
더욱 편하게 파렴치해지도록 돕는 장치로 전락했으니까요.
100인의 책상 말고도 교보문고에는 사람들이 잠시 앉아 책을 볼 수 있게 해둔 곳들이 있었는데 --
요즘엔 가보지 않아 여전히 그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그곳에서 책을 보는 대신
햄버거를 먹거나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그런 곳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외서코너는 조용했는데 이젠 외서코너가 가장 시끄러울 것 같습니다.
소위 원서보다 영어 교육을 위한 책과 교육자료들이 늘면서
아이와 엄마들이 모여 큰소리로 떠드는 일이 다반사이니까요.
도서관, 독서실, 서점... 이름이 다른 만큼 기능도 다릅니다.
각 장소마다 거기에 합당하게 행동해야 합니다.
그것이 교양이고 책은 교양을 키우는 데 유익한 도구입니다.
서점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은 서점에 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책을 읽어도 어디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깨닫지 못한다면 책을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지식은 세상의 소음을 가중시킬 뿐이니까요.
아래는 며칠 전에 자유칼럼에서 보내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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