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중증 외상센터 예산 삭감(2017년 11월 25일)

divicom 2017. 11. 25. 09:32

지난 13일 총상을 입으며 귀순한 북한 병사와 그를 살려낸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이국종 교수 덕에 

중증 외상을 치료하는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응급실에 있어본 사람은 알지만 

그곳은 죽음을 상대로 환자와 의사가 함께 사투를 벌이는 곳입니다. 


그러니 응급실에 오는 환자들보다 더 긴급하고 심각한 상태의 환자들이 모이는 권역외상센터의 분위기가 

어떨지는 짐작할 수조차 없습니다. 인명보다 돈을 좇는 의사들을 보며 실망했을 때 응급실이나 외상센터에 가면

'의사'의 '사'자가 왜 '스승 師'인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외상센터에 가려는 의사가 없어서 이미 있는 의사들이 중노동에 시달릴 뿐만 아니라 예산까지 

삭감되었다고 합니다. 사신死神과 싸워보겠다는 야심찬 젊은 의사들... 어디 가야 그들을 찾을 수 있을까요? 

아래는 중앙일보 기사입니다.




의사 부족한 외상센터, 어이없는 예산 삭감

신성식.이민영.백수진 입력 2017.11.25. 01:22 수정 2017.11.25. 07:47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24일 오전 8시40분 중환자실 40베드가 꽉 찼다. 국립중앙의료원 전원조정센터와 경기소방재난본부에 “환자를 더 받을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런데도 경기도 광주의 교통사고 환자가 이송돼 왔다.

아주대 센터는 지난해 6월 정식 문을 연 뒤 밀려드는 중증 외상 환자로 몸살을 앓고 있다. 병실이 꽉 차서 환자를 못 받는 일이 수시로 생긴다. 김지영 외상프로그램 매니저(간호사)는 “병실을 더 늘려 달라고 요청해도 통하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최근 외상외과 전문의 2명이 그만뒀다. 조현민 센터장은 “3일에 한 번꼴로 당직을 서면 생체리듬이 깨지고 체력이 뚝 떨어진다”며 “힘들어서 그만두면 남은 사람에게 과부하가 걸려 또 그만둔다”고 말했다. 조 센터장은 “사명감으로 시작해도 충분한 보상이 없으면 포기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권역외상센터의 열악한 현실이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내년 예산이 되레 9%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8년 예산안에 따르면 중증외상진료체계 구축 예산은 400억4000만원으로 올해(439억6000만원)보다 39억2000만원(8.9% 감소) 줄었다. 지난해에 비해 올해 예산이 7.8% 준 데 이어 2년째 감소다. 진영주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장은 “2016년 외상센터 예산 중에서 다 쓰지 못한 불용(不用) 예산이 있어 삭감됐다”고 설명했다.

불용예산 101억원 중 56억원이 외상센터가 의사를 채용하지 못해 남은 것이다. 외상센터에는 처음에 설치할 때 80억원을, 매년 운영비로 7억~27억원(대부분이 의사 인건비)을 지원한다. 전담 전문의 1명당 최고 1억2000만원을 지원한다.

모든 전담의사를 지원하는 게 아니다. 5명 의사를 국비로 지원하면 병원이 1명을 자비로 충원해야 한다. 이 때문에 아주대병원 외상센터는 전담의사 18명을 두고 있지만 12명만 국비 지원을 받는다.

외상센터 의사의 노동강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사흘마다 12시간 야간 당직을 선다. 다음날 아침에 집에 가는 게 아니라 정상 진료를 한다. 이런 패턴을 반복한다. 간호사도 마찬가지다. 아주대병원 김지영 매니저는 “13일 북한 병사 귀순 이후 집에 한 번도 들어가지 못했다. 간이침대에서 잔다”고 말했다. 이 센터 중환자실 간호사는 “두세 명의 환자를 한꺼번에 보는데 양쪽에서 비상신호가 오면 정신을 차리기 힘들다”고 말한다. 아주대병원 간호사 이직률은 35%에 달한다.

수가 체계도 엉망이다. 이국종 센터장은 “외상환자는 어디 다쳤는지 몰라 무조건 배를 연다. 출혈과 망가진 부위를 찾아 닦고 꿰맨다. 미세혈관·장간막(장 사이의 막) 등도 손대야 한다”며 “그런데도 정부가 한 군데의 치료 부위만 100%의 수가를, 다른 한 군데는 70%만 인정한다. 나머지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외상센터를 기피한다. 서울·경남에 외상센터가 없는 이유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이민영·백수진 기자 sssh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