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소주 때문에(2017년 3월 6일)

divicom 2017. 3. 6. 11:16

한때 대표적 서민 음식이었던 소주와 삼겹살이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 된 지도 한참입니다. 자본주의의 발달과 

함께 한국의 중산층이 붕괴되어 한국인 대부분이 '서민'으로 전락했다는 사실과 관계가 있을까요? '서민'의 사전적 정의는 '경제적으로 중류 이하의 넉넉지 못한 생활을 하는 사람'입니다. 


다른 나라의 '서민'들은 대개 자녀를 고등학교까지 교육시키고 일을 찾게 합니다. 그렇지만 이 나라의 서민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대학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의 대학진학율은 70퍼센트를 넘어,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보다 훨씬 높습니다. 자녀를 대학에 보내는 서민 부모들에겐 대부분 노후대책이 없어 빈곤한 노인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부모들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부모의 미래를 저당 잡히고 대학에 간 젊은이들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무엇일까요? 혹시 마음껏 소주 마시기는 아닐까요? 신입생들만이 아닙니다. 인근 대학에서 축제가 열릴 때면 온 캠퍼스가 포장마차촌이 됩니다. 학술제, 연극제 등이 열리던 대학 축제는 역사 속에만 있는 걸까요? 오늘 아침 경향신문 사설을 읽으며 마음 아파한 사람이 저 하나는 아닐 겁니다. 아래에 그 사설을 옮겨둡니다. 


 

1인당 소주 5병씩 마시는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교육부가 지난달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가던 중 버스 사고를 당한 금오공대를 현장 점검한 결과 몇 가지 의혹을 밝혀냈다. 무엇보다 총학생회가 2박3일의 행사기간 중 마실 소주 7800병과 맥주 960여병을 구입한 사실이 눈에 띈다. 소주만 해도 행사 참여 신입생 및 재학생 1700여명이 1인당 4.5병씩 마실 분량이다. 맥주까지 구입했으니 ‘소맥 폭탄주’까지 마실 수준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정도라면 성인이라도 감당하기 어려운 주량이다. 더욱이 아직 술에 익숙지 않은 대학 새내기들에게는 시쳇말로 ‘치사량’에 가까운 수준으로 봐야 한다. 총학생회가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할 이벤트 회사와 수의계약했고, 사고로 행사가 취소됐지만 숙박비 1억3000만원을 송금한 것도 문제다. 이 때문에 1인당 13만~6만원씩 낸 신입생 및 재학생 참가비는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학교 생활의 정보를 제공하고 학생 간 소통을 강화해준다는 측면에서 순기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행사가 술판으로 전락하고, 각종 안전사고와 성추행 및 ‘군기잡기식’ 폭행사건이 연례행사처럼 이어지고 있다. 아직도 젊음의 패기와 멋을 술로 평가하려는 시대착오적인 의식이 깔려있는 것이다. 그것은 낯선 환경을 맞이하는 멋모르는 새내기를 향한 집단의 폭력일 뿐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금오공대의 경우 지난해 오리엔테이션에서도 ‘사발식’ 강요와 폭행 및 성적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그럼에도 2박3일의 술판을 1년 만에 다시 기획한 것이다. 최근 한양대 총학생회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신입생의 38.5%가 대학생활 중 가장 걱정되는 요소로 ‘음주 문제’를 꼽았다. 음주 공포로 대학생활의 첫발을 내딛는 것이 정상적인 일인가.

이렇게 사고가 잦아지자 ‘학교 밖’ 오리엔테이션의 존폐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학내에서도 충분히 진행할 수 있는 오리엔테이션을 굳이 외부에서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 또한 일리있는 지적이다. 최근 들어 상당수 대학이 ‘술 없는 오리엔테이션’을 표방하고, 학생의 개성을 존중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바람직한 방향 선회이다. 지금은 학생 개인의 성향을 무시하고 술과 장기자랑을 강요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또한 그 어떤 경우든 안전이 최우선 고려대상이 돼야 한다. 2014년 오리엔테이션에 참가 중이던 10명의 학생이 사망한 경주 마우나리조트 사건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3052026005&code=990101#csidxd59e959e2b118e8becfa3dbd6524d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