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두 배우: 김지영과 김민희(2017년 2월 20일)

divicom 2017. 2. 20. 18:03

오늘 아침 신문에서 특히 눈에 들어온 건 두 여배우의 얼굴이었습니다. 전국 팔도 사투리를 가장 잘 구사하던 배우 김지영 씨와, 베를린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김민희 씨. 김지영 씨는 어제 새벽 향년 7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셨고, 서른다섯 민희씨는 현지시각 18일 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밤의 해변에서 혼자'의 '영희' 역으로 

은곰상을 받았습니다.


김지영 씨의 소천을 알리는 신문기사는 너무 작아 고인과 유족에게 미안했습니다. 아무도 대체할 수 없는 연기를 

하던 배우가 이승을 떠났는데, 제가 보는 신문들 모두 조그만 1단 기사가 고작이었습니다. 하긴 지금은 무엇이 

중요한지를 잊은 시대, 이런 식의 어리석음은 가히 시대정신이 되었습니다. 기사가 아무리 작아도 김지영 씨가 

존경할 만한 훌륭한 배우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습니다. 선생님, 너무 일찍 떠나셔서 애통합니다. 부디 편히 쉬소서.


경향신문 기사에 따르면, 고인은 함경북도 청진에서 태어나 1960년 영화 '상속자'로 데뷔했으며, 2005년 KBS 연기대상 여자 조연상을 수상하며 “연기생활 50년 동안 내게는 상이 없는 줄 알았다. 상 받을 줄 알았으면 더 멋진 드레스를 입고 오는 건데…”라는 수상소감을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고, 2009년 영화 '해운대'와 '국가대표' 등에서는 잠깐 출연하면서도 큰 존재감을 드러내 박수를 받았습니다. 최근에도 영화 '서부전선'과 '스파이', 드라마 '여자를 울려', '식샤를 합시다2', '판타스틱' 등에 출연했습니다.

김민희 씨는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최초로 상을 받은 한국 배우가 됐으나, 이 나라의 언론인과 대중 가운데는 그의 성취를 칭찬하기보다, 그에게 큰 상을 받게 한 영화가 홍상수 감독의 영화이며, 김씨와 홍 감독이 '불륜' 사이라는 데 주목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인터넷에는 두 사람을 비난하며 홍 감독의 부인 편을 드는 사람들의 거친 욕설도 난무하니, 참 유감입니다. 베를린에서 은곰상을 수상했다는 공적인 기록이 두 사람이 연인관계라는 사적인 관계로 지워진다는 건 이 사회가 그만큼 후진적 사회라는 걸 보여주는 사례이니까요.

김민희 씨는 변영주 감독의 2012년작 '화차'에 출연하며 주목받기 시작했고,  2015년 홍상수 감독의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에 출연했으며, 지난해에는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에 출연해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고 합니다. 지난 6월 그와 홍 감독이 연인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두 사람은 대중의 비난을 받아왔는데, 홍 감독은 현재 이혼소송 중이라고 합니다. 두 사람은 이번에 베를린영화제에 참석함으로써 대중 앞에 섰는데, 김씨는 수상 소감에서 “너무 아름다운 영화를 만들어주신 홍상수 감독님께 감사드린다”며 “감독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배우자 아닌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것... 찬미하며 북돋을 일은 아니지만 사랑에는 눈이 없으니 사랑에 빠지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는 일이고, 더구나 훌륭한 예술가가 '불륜'을 저질렀다고 그의 예술까지 폄하하는 건 옳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씨와 홍 감독의 사랑을 욕하시는 분들, 혹시 지금 사랑 중이신가요? 그렇다면 '사랑에는 눈이 없다'는 데 동의하시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