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매우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이자, 일러스트포잇(Illustpoet)으로 잘 알려진 일러스트레이터 김수자 씨가
자신의 블로그 '시시(詩詩)한 그림일기'에 제 시 한 편을 그림으로 표현하여 올려주었습니다.
깊이 감사하며 여기에 옮겨둡니다.
그림 바로 아래 시는 제가 오래 전에 쓴 시 '3월 직전'이고, 그 밑에 연두색으로 실린 짧은 시는
제 시에 언급된 브레히트의 시이며, 그 아래 산문은 김수자 씨의 글입니다.
김수자 씨의 블로그에 가시면 그의 손에 의해 그림으로 다시 태어난 시들을 더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면 그의 블로그로 바로 연결됩니다.
그의 블로그 주소는 http://blog.naver.com/illustpoet/220946014978 입니다.
아직 눈 부스럼 덜 아문 숲길 걸을 땐
작은 새가 앉았다 일어서듯 가볍게
그 눈 아래 깃털처럼 쌓인 지난 가을잎들
그 아래 흙 간질이는 질경이를 생각할 것
브레히트의 어머니*가 땅을 누르지 않듯
그렇게 가볍게 지나갈 것!
*나의 어머니 ---베르톨트 브레히트
그녀가 죽었을 때, 사람들은 그녀를 땅속에 묻었다.
꽃이 자라고, 나비가 그 위로 날아간다......
체중이 가벼운 그녀는 땅을 거의 누르지도 않았다.
그녀가 이처럼 가볍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을까!
봄볕이 발길을 이끌어, 겨우내 찾지않던 동네 뒷산을 걷습니다.
산책로 가장자리에 아직 남아있는 색바랜 눈들이 애잔한데, 시인은 이조차도 밥솥의 누룽지 같다고
비유했지요. 그늘진 길을 벗어나니 벌써 연두빛 잎들이 단단한 흙을 뚫고 올라오고 있습니다.
저 연약한 생물도 제때를 알고있나 봅니다.
그러니 산길을 갈때는 산주인들의 영역을 지켜주기 위해서라도 조용히, 살며시, 눈 맞추며 가야겠습니다. 마침내 봄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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