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삼성 이재용 구속, '나꼼수' 김용민 자유한국당 입당(2017년 2월 18일)

divicom 2017. 2. 18. 08:49

가끔 야생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다 보면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약자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인간의 세상은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인간도 자연의 일부인만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인간 중에는 다른 동물들보다 교활한 자들이 많아 진리가 현실화되는 과정이 조금 더 복잡하고 시간이 걸리는 것이지요. 


2017년 2월 17일, 어제, 우리나라에선 보통 사람이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 적어도 두 가지 일어났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고, '나는 꼼수다(나꼼수)'로 유명한 시사평론가 김용민 씨가 자유한국당

(새누리당의 새 이름)에 입당한 것입니다. 저로선 이씨의 구속보다 김씨의 입당이 놀라웠는데, 결국 이건 

한국인에겐 결여됐으나 김용민 씨에겐 풍부한 유머감각의 소치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경향신문 기사를 보니, 김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유한국당] 김용민님의 입당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자유한국당 

인명진 비상대책위…”라고 적힌 문자메시지 캡처 화면을 공개하고, 트위터에 “막말 인사가 출세하는 꿈의 정당” “언론이 

은폐하고 권력이 호도하면 국민 304명이 죽어도 그리고 그 죽음의 비밀을 감춰도 선택받는 정당” “황교안 전도사, 나도 

전도사인데, 똥폼 그만 잡고, 같은 개신교 전도사끼리 경선 치르자. 0%대 좀비들 다 치우고. 방언하기, 성경퀴즈, 설교배틀... 룰은 뭐든 받겠다” 등의 글을 남겼다고 합니다. 


자유한국당을 자유당으로 언급해 이승만 독재시절 자유당을 연상시키기도 했는데, 김씨의 입당을 처리한 경기도당은 윤리위원회를 열어 김씨를 제명하고 업무방해와 모욕 등으로 형사 고발도 검토중이라고 합니다. 자유한국당이 당황한 건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뭘 그렇게 심각하게 반응하는지, 탄핵정국에서 피로에 지친 국민들을 잠시나마 웃게 해주어 고맙다고 웃어줄 수는 없는지 안타깝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는 걸 보며, 대통령과 친한 사람이, 게다가 '글로벌 기업' 삼성의 실질적 대표가 구속됐다는 사실에 놀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유신독재 치하 1970년대가 아닙니다. 아무리 돈이 많고 막강한 권력을 가졌다 해도 옳지 않은 일을 하면 죄를 묻는 21세기입니다. 전에도 이 블로그에 쓴 적이 있지만 21세기는 바야흐로 '도덕'을 파는 시대입니다. 윤리적으로 바르게 경영하지 않는 기업과 기업가는 법과 시민들의 심판을 받아야 합니다. 


이재용 씨가 구속되면 삼성이 망하는 것 아니냐는 어르신들도 있지만, 걱정마세요, 한 사람 때문에 망할 삼성이 

아닙니다. 혹시 망한다면 그건 이번 구속으로 드러난 비도덕적 경영의 결과이겠지요. 부디 이번 일이 다른 기업들과 기업가들에게 타산지석이 되길 바라며, 아래에 이재용 씨의 구속을 다룬 서울경제 기사를 옮겨둡니다.   


이재용 구속...삼성 초유의 위기에 서다

법원 "특혜지원은 뇌물" 결론...사장단협의체 중심 비상경영 돌입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됐다. 

지난 1938년 삼성상회에서 출발해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선 삼성그룹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총수가 구속되는 사태를 맞았다. 삼성으로서는 미증유(未曾有)의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한정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16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17일 새벽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범죄 사실이 소명되고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게 법원의 설명이다.

이 부회장은 “대가성이 없다”며 뇌물공여 혐의를 부인했지만 결국 구속을 피하지는 못했다.

삼성의 특혜지원은 뇌물이며 이 부회장이 의사결정에 관여했다는 특검의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인 셈이다. 특히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이 부회장 측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 특검이 충분히 입증했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앞서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재산 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위증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부회장의 구속은 삼성은 물론 대한민국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의 신규 투자가 중단되는 유형의 경제적 손실은 물론 국내 기업에 대한 대외 신인도 하락 등 무형의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소속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국내 주식시장 상장 기업 시가총액의 30%를 차지한다.

이 부회장 구속으로 삼성그룹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과 사장단협의체를 중심으로 현상유지 경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기존 사업에 대한 대규모 시설투자에 제동이 걸리게 됐고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차세대 성장동력 분야에 대한 기업 인수합병(M&A)에도 차질이 생겼다.

이 부회장 구속으로 사장단·임원인사, 사업개편, 미래전략실 해체, 지주회사 전환 등 굵직한 현안들도 하염없이 미뤄지게 됐다. 임원인사가 끝나야 계열사들이 사업재편에 나서는 등 올해 경영전략을 마무리 지을 수 있지만 총수 구속 사태로 사업방향 수립에 제동이 걸렸다.

/신희철·안현덕기자 hcsh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