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혼이여, 그동안 오래도록 붙잡혀 있었구나.
이제 감옥에서 벗어날 때가,
이 짐스러운 육체에서 떠날 때가 되었다.
나의 영혼이여, 이 고통스러운 결별을
즐겁고 용기 있게 맞이하기를." -- <죽은 철학자들의 서書>에서 인용.
프랑스의 수학자이며 철학자인 르네 데카르트(Rene Descartes: 1596~1650)는
평생 떠돌이꾼으로 서른여덟 번이나 주소지를 바꾸었으며,
죽은 후에도 시신이 수 차례의 여행과 가매장을 거쳐
1819년에야 생 제르멩 데 프레 성당 부속 수도원이 있던 자리에 안장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지만 보헤미아의 엘리자베스 공주
(참수당한 영국 국왕 찰스 1세의 조카딸)와 깊은 우정을 나누었으며,
두 사람은 지적인 면에서 대등했다고 합니다.
찰스 1세가 참형을 당했을 때 데카르트는 엘리자베스를 위로하는 편지에서,
한순간에 영광스럽게 참수형을 당한 것이
침대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나았을 거라고 말했다는데,
바이러스성 질병에 걸려 고통받다가 결국 '침대에서 죽음을 기다'린
그의 종말을 생각하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문득 던지는 한마디 속에 우리 생애의 마지막 모습이
암시되어 있는지도 모릅니다.
바래어 떨어지는 베란다의 재스민꽃이
태어남과 죽음, 피어남과 시듦을 생각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