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불쌍한 부처님 (2010년 5월 21일)

divicom 2010. 5. 21. 10:34

"누구나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불교에 귀의한 지 오래된 사람 가운데는 스님이나 신도를 가릴 것 없이,

부처님의 가르침과는 거리가 먼 저마다 '자기식 불교'를 만들어 가지고 그 속에 갇혀서 사는 일이 많습니다. 절에서 흔히 불사(佛事)의 이름으로 열리는 그 많은 행사도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내친 김에 한 가지 더 말하지요. 신도들은 법다운 집회 외에 일없이 절에 자주 나오지 않는 게 피차

이로운 일입니다. 집안 살림살이도 바쁘고 어려울 텐데 절 살림까지 참견할 필요는 없습니다. 굶어

죽었다는 스님 보았습니까? 공연히 절에 자주 드나들기 때문에 볼것 안 볼것, 들을 소리 안 들을 소리

들으면서 없는 신심 떨어지기 알맞지 않습니까.

 

스님들도 생업과 가사에 바쁜 신도들에게 일없이 전화질해서는 안됩니다. 한때라도 온갖 반연(攀緣--얽힘)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을 철저히 응시하고 점검할 수 있는 시간도 가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수행자로서 빛이 바래져 자신이나 타인에게 덕될 게 하나도 없습니다.

 

부처님의 법을 만났으면 그 가르침대로 살아야 합니다. 사는 일이 곧 정진입니다. 정진은 저마다 자기가

몸담고 있는 그 자리에서 해야 합니다. 삶을 개선해 가면서 그 질을 높이는 것이 참 정진입니다.

일상생활 밖에서 정진할 데가 어디 따로 있습니까?

 

사람이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향상의 길로 나아갈 때를 말합니다. 청정한 자기 자신에 의지하고,

올바른 가르침인 정법에 따라 떳떳하게 사는 사람만이 진실한 불자입니다."

                          -- 법정 수상록 <山房閑談(산방한담)>에서 인용.

 

석가탄신일이라고 군데군데 매달린 연등을 보니 지난 3월 이승을 떠나신 법정 스님이 생각납니다.

스님은 연일 신문 광고의 주인공입니다. 스님이 좋아했었다는 책들의 광고마다, 스님을 기리며 펴냈다는 책 광고마다 스님의 얼굴이 있습니다. 스님은 헛헛 웃어 넘길지 모르지만 저는 '불쌍한 스님'하고 한숨을 쉽니다. 법정 스님이 위에 하신 말씀에서 스님을 목사로 바꾸고 부처님을 예수님으로 바꾸면 그대로 의식 있는 목사님이 동료 신자들에게 하는 말이 됩니다.

 

불쌍한 법정 스님, 불쌍한 부처님, 불쌍한 예수님... 부모의 기원과 스승의 사랑을 무시하는 자녀들처럼 오늘날 신자들 대부분은 부처님과 예수님의 가르침에 관심이 없습니다. 일주일에 삼, 사일씩 교회와 절을 들락거리며 인맥을 쌓고, 세속적 목적을 위해 성인들의 힘을 이용하려 할 뿐이지요. 자신이 신자임을 광고하는 사람일수록 그의 신심을 의심해보아야 합니다. 요즘 연일 세상을 채우는 저 희뿌연 안개는 누구의 한숨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