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백남기 농민 장례식(2016년 11월 4일)

divicom 2016. 11. 4. 20:07

여러 번 지척에서 뵈었지만 차마 인사 한 번도 올릴 수 없던 어른이 계십니다. 백기완 선생님. 

시위대의 선봉에서 걸음을 옮기시는 걸 뵈며 눈을 적시곤 했지만 다가가진 못했습니다. 


최순실, 박근혜, 이정현, 김병준, 한광옥... 이름은 사람만큼 많아 신문을 도배하지만, 

사람 같은 사람은 귀한 세상, 눈물은 왜 또 그리 흔한 걸까요? 

땀만도 못한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을 보며 눈물을 흘리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2016년 11월 4일 서울에 백기완 선생님이 계셔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오늘 아침 경향신문에 선생님이 쓰신 글을 옮겨둡니다. 

선생님, 부끄럽지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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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농민 장례식에 부쳐

아, 우리들의 ‘맘판’ 백남기

붓이 떨리고 가슴까지 떨려 글이 단 한 줄도 나가지질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건 추도의 글이 아니다, 다짐이다라고 생각하니 비로소 붓이 우네요.

백 선생, 백 선생은 어떻게 돌아가셨습니까. 박근혜가 물대포로 조준사살에 이은 확인사살, 그러니까 끔찍한 학살이었습니다. 박근혜가 사람이라고 하면 아니 대통령이라고 하면 백 번 사죄를 하고 권좌에서 물러났어야 합니다. 하지만 사죄 한마디가 없다가 엉뚱하게도 백 선생의 사인을 조작하려 강제부검을 한답시고 병원까지 쳐들어왔을 적에 저도 여러 시민들과 똑같이 박근혜 거짓말 독재 그 뻔뻔한 실체에 부대끼며 몸서리를 쳤습니다.

저건 사람이 아니다. 짐승들도 저러지는 않는다. 어느 짐승이 제가 죽인 시체를 갈기갈기 찢어 내가 죽인 것이 아니라고 거짓망동 속임수를 쓰느냔 말입니다.

그렇다, 이제 박근혜는 물러가야 한다. 하지만 물러가라고 해서 물러가질 않는다. 그의 거짓, 그의 사기, 그의 뻔뻔한 부패를 시멘트로 꽁꽁 굳혀버렸으니 물러갈 자율성도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시민의 힘으로 끌어내야 한다고 주먹을 떨던 게 바로 엊그제였습니다.

그런데 백 선생, 새빨간 거짓은 아무리 끝이 없는 것 같아도 그 꼬리는 반드시 역사의 수레바퀴에 짓밟힌다고 이참 박근혜 거짓말 독재는 이른바 최순실과 함께 헌정유린 헌법파괴 그리고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부정부패로 결정적 파탄에 빠졌습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박근혜 물러가라고 하지만 안됩니다. 몰아내야 합니다. 또 어떤 이들은 헌정 유지를 위해서는 거국내각을 하자 그럽니다.

하지만 그것도 잘못 헤아린 겁니다. 입때까지 박근혜 거짓독재가 바로 헌정파괴였는데 그런 불법과 독선, 독재체재를 그대로 두고 내각이 바뀐들 무슨 일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이 때문에 박근혜 거짓독재와 함께 그 뿌리를 사그리 뽑는 거, 그게 우리들에게 닥친 과제입니다. 그러면 그런 역사적 과업은 누가 할 수가 있겠습니까. 바로 시민들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일찍이 우리 시민들은 이승만 독재를 4·19혁명으로 무너뜨렸고, 이 땅의 민주적 가치를 모두 압살했던 잔혹한 박정희 유신독재를 깨트렸으며, 이어서 6월 항쟁으로 유신잔재 전두환 살인집단을 물리쳤던 그 시민들의 자신감과 사명감을 백남기 선생께서 앞장서 다시 불러일으켜야 합니다.

언젠가 아주머니께서 “우리 백남기 선생의 옷엔 먼지 하나가 없는 그런 분”이라고 하셨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옷에도 먼지 하나가 없다는 건 무엇일까요. 바로 우리 굿의 맨 마루, 사람이 오를 수 있는 가장 드높은 다락(경지), ‘맘판’입니다. 거짓말, 속임수, 욕심쟁이들, 아니 가슴에 먼지 하나라도 있으면 못 오른다는 아, 그 ‘맘판’. 그 ‘맘판’이 바로 우리 백남기 선생이라고 여겨져 눈시울이 더욱 뜨거웠습니다.

박근혜는 끝났습니다. 다만 그 거짓독재 그 뿌리를 뽑은 다음 이 변혁의 전환기를 나 한 사람 야욕의 무대로 삼으려들면 또 망합니다. 사람도 세상도 모두 맑게 바뀌는 아 ‘맘판’.

아, 우리들의 ‘맘판’ 백남기 선생이시여! 선생님은 지금 무덤으로 가시는 게 아닙니다.

박근혜 거짓말 독재의 뿌리를 뽑는 싸움에 저만치 앞장서 나아가시나니 우리들도 지화자 그 뒤를 따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