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박근혜 대 시민의 싸움(2016년 11월 16일)

divicom 2016. 11. 16. 22:23

지난 토요일 서울 시내 한복판을 메운 100만 인파를 보았을 텐데도, '퇴진'과 '하야'를 외치는 남녀노소의 목소리를 들었을 텐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시민을 무시한 아버지의 최후를 보고도 아무 것도 깨닫거나 배우지 못한 것이지요. 그 가문의 불행이 곧 이 나라의 불행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조금 전 한겨레신문 인터넷판을 보니 민심을 무시하는 대통령에 대한 시민의 반응이 무섭습니다. 

두려워해야 할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무식과 무지의 소치이자 만용입니다. 

아래에 한겨레신문 기사를 옮겨둡니다. 관련 사진은 아래 주소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70622.html


“민심이 만만한가…100만명으로 안되면 200만이 나서야죠”


“100만명으로 안 된다면 200만명이 나서야겠죠. 날이 추워지면 촛불로 더 따뜻하게 만들면 됩니다.”

서울 을지로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이득호(53)씨는 16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대통령도 바뀌고 대외적 상황이 급변하고 있는 시기다. 대통령이 개인 고집으로 버티는 건 ‘국가나 국민이 망하는 건 상관없다’는 뜻 아니냐”며 “서둘러 하야하고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이날 ‘대통령 퇴진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대통령의 대면조사를 회피하는 등 ‘100만 촛불 민심’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행보를 보이자 ‘민심’의 반발이 거세다. 청와대의 “의혹만으로 퇴진할 순 없다”는 입장에 대해 취업준비생 최영수(26)씨는 “어이없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국민이 왜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는지 해결할 생각은 않고…. 이러면 국민들이 더욱 외면하고 대통령이 더 큰 타격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만에 출장중인 박선영(30)씨는 “대만 택시에서조차 작은 스크린에 박 대통령의 뉴스가 나오고 있어 창피하다”며 “외국에 나와 있는 대한민국 국민은 여권을 갖다버리고 싶은 심정이다”라고 말했다.

전날 변호인을 통해 ‘검찰 조사는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박 대통령이 이날 느닷없이 “부산 엘시티 비리 의혹 사건을 엄정 수사하고,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엄중 처벌하라”고 지시한 데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직장인 박아무개(29)씨는 “100만명이 모여 평화시위하니까 국민이 만만해 보이나. 그 인원이 폭력시위를 해야 정신을 차릴 건가. 국민이랑 싸워보자는 건가”라며 화를 감추지 못했다. 직장인 최아무개(27)씨도 “본인이 검찰 조사 성실히 받겠다고 해놓고 이건 무슨 경우냐”며 “폭력시위라도 해야 하나. 이러려고 촛불을 들었나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야당의 소극적인 자세를 탓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회사원 안아무개(46)씨는 “탄핵에 소극적이었던 야당이 빌미를 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탄핵이라는 무기를 놔두고 ‘내려오라’고 외치기만 하니 내려올 리가 있느냐”며 “국민을 믿고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촛불 민심’이 시들해질 것으로 기대하는 청와대를 향해 ‘장기 투쟁’을 각오하는 시민들도 있다. 직장인 곽봉석(30)씨는 “(청와대 태도를 보고) 100만 민심을 뭘로 아는 건가? 오래 끌면 안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곽씨는 “주변에 ‘12일엔 사정이 있어서 집회에 못 나갔는데 이번 주말엔 꼭 나가야겠다’는 사람도 생겼다. 날이 추워지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줄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박 대통령의 태도를 보면서 더 참여하고 더 주목해야겠단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3 수험생들은 수능 시험이 끝나기를 벼르고 있다. ‘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은 수능시험이 치러지는 17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박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고3 수험생 집회를 연다. 지난 13일 ‘고등학교 3학년 연합’ 시국선언을 주도한 양명렬(18)군은 “이날 새벽에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든지 몇 시간 되지 않았는데도 100명 가까이 ‘좋아요’를 누른 걸 보니, 집회를 기다리는 고3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양군은 “단체로 핫팩을 사서 추위를 버틸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집회를 앞두고 쇼핑몰 ‘다이소몰’에선 양초·담요·방석·핫팩 등을 묶은 ‘집회용 세트 상품’이 완판되기도 했다. 지난 12일 집회에서 트럭에 ‘박근혜 그만두유’라고 포장한 두유를 시민들에게 나눠준 카페 봄봄은 19일에도 추위에 떠는 분들을 위해 두유 2000개를 따뜻하게 데워가겠다고 밝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추위에 대비해 발열내의나 무릎까지 오는 축구양말 등을 착용하겠다는 움직임도 있었다. 대학원생 오성제(35)씨는 “추우면 사람들이 덜 나올 수도 있지만, 지켜보고 있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물리적인 이유로 못 나가더라도 국민들이 계속 지켜보고 있다는 걸 대통령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지 박수진 허승 방준호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