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공무원이 되고 싶은 젊은이들(2016년 8월 4일)

divicom 2016. 8. 4. 08:02

이 나라에선 언제부턴가 공무원이 '꿈의 직업'이 되었습니다. 청소년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이 공무원인 나라... 

이 나라의 미래는 어둡다 못해 캄캄합니다. 공무원이 어때서 그러냐고 할지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공무원이 되고 싶은 이유입니다. 젊은이들이 평생의 안락을 보장한다는 이유로 공무원이 되고 싶어 하니 나라의 미래가 어둡다는 겁니다. 젊은이들이 나라를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기 위해 공무원이 되려는 게 

아니라는 것이지요. 고등학교 때부터 공무원이나 삼성그룹 등 대기업을 목표로 공부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생명을 구하는 것보다 돈 버는 일에 관심 있어 의사가 된 사람들, 올바른 법 집행으로 사회의 안녕을 증진시키는 

것보다 권력 가까이 가고 싶어 법을 직업으로 택한 사람들, 사회 정의의 실현보다 이름팔아 출세하기에 바쁜 언론인들... 이런 사람들로 인해 엉망진창이 된 이 나라가 공무원을 지상목표로 삼는 공무원들로 인해 또 어떻게 악화될지, 보지 않아도 뻔합니다.


세계는 21세기를 살고 있지만 이 나라 시민들 중엔 19세기의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참으로 한심한 낭비이지요. 마침 제가 존경하는 김수종 선배가 자유칼럼에 공무원 수험생 문제를 다루는 글을 쓰셨기에 아래에 옮겨둡니다.




www.freecolumn.co.kr

공시생(公試生) 숫자 무시무시하다

2016.08.03


공무원은 한국 청소년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 순위 1위입니다. 한국 부모들이 가장 선호하는 자녀 직업 1위도 공무원입니다. 이쯤 되면 한국은 ‘공무원 공화국’으로 굳건하게 자리 잡을 요건을 갖춘 것 같습니다.
 
이를 반영하는 것일까요? ‘공시생’(公試生)이란 단어가 최신 유행어입니다. ‘고시생’도 ‘취준생’도 아닌 공시생은 7급과 9급 등 하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을 지칭합니다. 대학 강의실은 공무원 시험일에 텅텅 비고, 노량진 학원가는 연중 공시생들로 넘쳐 납니다. 공시생 블로그는 하루 수십만 명이 들락날락합니다.

이제 7급과 9급 공무원을 ‘하급’이라고 말하기도 어색합니다. 그 좋다는 대기업에 다니다가 직장을 그만두고 공시생이 되는 사람들도 늘어납니다. 얼마 전 광주광역시 지방공무원 9급 임용시험에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지원해서 화제가 될 정도로 9급 공무원의 위상은 옛날과 다릅니다.

통계청이 정의하는 청년은 19~29세의 사람을 뜻합니다. 통계청이 7월 21일 발표한 ‘5월 경제활동 인구조사’를 보면 청년 취준생은 65만2,000명입니다. 이들 중 공시생(사법시험 및 5급임용시험포함)이 25만6,000명이고, 일반 기업에 들어가길 원하는 취준생은 약 14만 명입니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청년 취준생 10명 중 4명이 공시생이고 일반기업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 숫자가 공시생의 절반 정도라는 통계가 섬뜩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30세 이상 되는 공시생 숫자 또한 상당할 것입니다.

공시생이 공무원이 될 확률은 10%에 훨씬 못 미칩니다. 매년 22만 명 이상이 절망과 체념의 수레바퀴에 끼어 돌아갑니다. 그럼에도 공시생 숫자가 크게 늘어나는 이유는 취업난과 더불어 공무원의 직업 안정성 때문이라고 합니다.

과거 공무원은 박봉의 대명사였습니다. 지금 실상은 어떨까요?
2016년도 공무원 봉급표에 의하면 일반 9급 공무원의 초임 월급은 약 134만 원입니다. 연봉으로 계산하면 약 1,600만 원으로 박봉입니다. 그러나 각종 수당 등을 포함해서 9급 초임의 실제 연봉은 2,500만 원 내외라고 합니다. 그렇더라도 대졸자 기준에서 볼 때 9급 공무원 초임은 적은 편입니다.

그러나 60세 정년이 보장되는 직업적 안정성을 감안해서 공무원 연봉을 평생의 관점에서 보면 느낌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행정자치부가 관보에 게시한 ‘2016년도 공무원 전체의 기준소득월액 평균액'은 491만 원, 연봉으로 계산하면 5,892만 원입니다. 이 평균액 속에는 9급 초임자는 물론이고 국무총리까지 약 100만 명이 포함되는 것이니 정년까지 근무해도 이 연봉을 못 받아보는 공무원이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국민의 시각에서 보면 공무원 처우가 눈에 띄게 좋아진 것입니다.

공무원의 큰 매력은 공무원 연금입니다. 죽을 때까지 보통 국민은 엄두도 못 낼 연금을 받습니다. 물론 연금을 받기 위해 공무원 연금을 열심히 내지만 매년 공무원 연금을 주기 위해 국가 예산에서 뭉텅이 돈이 잘려 나갑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4년제 대학 졸업생 약 12만 명의 평생 수입(연금 포함)을 분석해 추정한 결과를 보면 조금 놀랍습니다. 7급,9급 공무원에 합격해 정년까지 30년 근무한 사람의 평생 소득(공무원연금 포함)은 최대 14억5,800만 원입니다. 직원 500명 이상 규모 민간기업에서 25년 근무한 사람의 평생 소득(국민연금포함)은 12억6,500만 원입니다. 거의 2억 원이 많습니다. 민간기업에서 50세 넘어 근무하는 것이 어려워진 점을 감안하면 공무원이 대기업 사원보다 평생 봉급과 연봉 수입에서 유리한 것입니다.

현재의 공시생 광풍은 취업난의 영향이 큽니다. 하지만 평균 수명이 점점 길어지고 경제의 불확실성이 심해지는 미래를 생각할 때 공시생 광풍은 일시적 현상으로 끝날 것 같지 않습니다. 젊고 우수한 청년들이 안정만 찾아 공시생 대열에 과도하게 몰리는 것은 ‘국가 건강’에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도전정신과 창의력이 소진한 사회를 맞게 될지 모릅니다.

다음은 공시생이 몰려드는 인터넷 카페에 달린 댓글입니다.
“이 시험은 머리가 좋다거나 사고력이 뛰어나다거나 뭐.. 이런 건 그닥 필요가 없는 것 같다.”
“누가 오래 앉아서 얼마나 많이 보고, 많이 외웠느냐를 확인하는 시험인 듯...”
“그냥 모든 과목을 달달 외워야 합격할 수 있는 시험으로 보인다.”

공시생 광풍이 부는데도 공무원의 역량이나 윤리의식은 좋아지지 않았다는 것이 조사기관에 의해 지적되고 있습니다. 공무원들의 손을 거쳐 집행되는 정부 예산은 그들의 월급이거나 공공사업이거나 기업지원이거나 국민이 낸 세금입니다. 공직자의 자질, 즉 윤리관과 직무역량이 개선되지 않고는 우리 정부는 낭비구조와 부패구조로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는 몰려드는 공시자를 막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두 가지 고민은 해야 합니다. 공무원 채용 방식을 자질을 지닌 사람이 많이 채용되도록 혁신하고, 공무원 교육과 훈련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공직윤리와 역량을 가진 세계 최고의 공무원을 만드는 것입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이 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상업적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필자소개

김수종

한국일보에서 30년간 기자 생활. 환경과 지방 등에 대한 글을 즐겨 씀.
저서로 '0.6도' '다음의 도전적인 실험' 등 3권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