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한국 교회, 교리만 있고 윤리의식은 없어(2016년 5월 2일)

divicom 2016. 5. 3. 07:18

어제 경향신문에서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의 인터뷰 기사를 보았습니다. 

김 교수는 아흔여섯이라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나라의 유명 기독교인 중 가장 연세가 높을 김 교수가 한국 기독교엔 교리만 있고 윤리의식은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어쩌면 이런 비판의식이 김 교수를 아흔여섯의 현역으로 만든 것인지 모릅니다. 

'예수를 잘 믿는 사람은 교회 밖에 있다'는 말이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김희연 기자의 기사를 조금 줄여 옮겨둡니다. 말없음표는 문장이 생략됐음을 뜻합니다.

기사 전문과 관련 사진은 아래 주소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5012136005&code=960100

어떻게 믿을 것인가’ 개정판 김형석 명예교수 “지금의 교회, 교리만 있고 윤리의식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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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철학자’이며 수필가이고 신앙인으로 다양한 종교서적을 내놓은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96)는 강연과 원고집필로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 강연이 많을 때는 한 달에 20회에 이르고 하루 30~40장의 원고를 쓴다. 지난해와 올 상반기에만 신간과 개정판 등 4권의 책이 나왔다. 그중 <예수>와 최근에 나온 <어떻게 믿을 것인가>는 각각 2000년, 1995년 절판된 책이다. 시대가 그의 책을 다시 호명하는 이유는 뭘까.

그는 “나와 같지 않으면 ‘지옥 간다’는 식의 관념적인 이기주의가 가장 큰 문제로 차라리 돈과 권력의 이기주의가 낫다”면서 “우리 사회가 극과 극으로 치닫는 것은 그만큼 윤리의식이 없어졌다는 것이며 도덕과 윤리가 지배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삶의 진리를 찾고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고 했다.


- 그간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1985년 65세 때 연세대에서 정년으로 ‘졸업’했어요. 졸업생은 사회에 나가서 일하는 거니깐 계속 일했죠. 15년 동안 강연하고 글도 쓰고, 방송도 하고요. 그러니 80세가 되더라고요. 쉬어야겠다 싶어 반년 쉬니깐 재미도 없고 건강도 그래요. 다시 옛날로 돌아가서 활동하니 15년 지나 어느덧 30년이 됐네요. 정년퇴직도 생활의 연장이고, 늙었다고 해서 별로 달라지는 것도 없어요. 지성인들은 노력만 하면 학문적 성장이 

75세까지 올라가는 것 같아요. 더 노력하면 성장은 못해도 유지는 되고요.”


- 건강과 지성을 유지하는 비결은요.

“사회가 나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해서 포기하면 안됩니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이나 취미생활을 하면 돼요. 오전 6시30분에 일어나서 아침 들고 신문 보고 한 시간 동안 산책해요. 또 차 한잔 마시고 책 읽고 원고 쓰고 사색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나이들수록 사색하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특별한 건강비결은 없고 50세 넘어 1주일에 3번 정도 수영을 해요. 강연 때 의자를 부탁하지만 70~80분 정도는 일어서서 합니다. 요즘은 강연을 가면 같은 연사로 교수가 된 제자들을 만나기도 해요. 그들보다 내 강의가 낫다고 해요.(하하) 내가 생각해도 20~30년 전보다 요즘 강의가 더 나은 것 같아요. 중앙중·고등학교에서 7년간 교편을 잡았는데 정진석 추기경(85)도 그때 제자예요.”


- 철학자이신데 신앙과 관련된 강연도 많이 하십니다.

“강연 주제가 철학, 수필문학, 종교 등 다양합니다. 시작은 철학과 교수로 했지만 수필문학에 있어서도 피천득 선생을 계승해 한자리 잡아놓았어요. 14세 때 건강이 아주 안 좋아서 의사도 단념했는데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죠. ‘이대로 죽으면 제 인생이 없어지니 건강을 주시면 저를 위해 일하지 않고 주님이 맡겨주시는 일을 하겠다’고요. 종교적 약속을 한 것이죠. 평양 출신으로 기독교 학교인 숭실중학교를 다녔어요. 그때 깨달은 신앙이 지금까지 연장되는 겁니다. 독서를 하며 신앙심을 길렀는데 독서를 통해 신앙을 다진 사람은 예수의 교훈과 말씀이 자신의 인생관이 되고 가치관이 됩니다.”


- 최근엔 종교, 종교인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많습니다.

“종교인들이 제맘대로 살고 제맘대로 설교를 하니까 그래요. 교인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지적 수준을 높여주어야 하는데…. 기복신앙을 내세울 게 아니라 교회가 사회에 무엇을 할 것인가 묻고 답하는 교회가 돼야 합니다. 대형교회는 자랑거리가 못돼요. 사회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사회 지도자를 내지 못했다면 좋은 교회가 아닙니다. 성경에 보면 예수님은 단 한번도 (우리만)좋은 교회를 만들라고 하신 적이 없어요. 내 신앙의 선배인 도산 안창호 선생과 조만식 장로님 같은 분들은 민족적으로도 존경받는 인물이지만 신앙인으로도 그렇습니다. ‘교회주의’에 빠지면 교회는 성장할지 몰라도 기독교 정신은 병듭니다. 지금 교회 안에 기독교 정신이 없어요. 우리가 원하는 것은 기독교 정신이지, 교회가 아닙니다.”


- 양극화 등 사회의 갈등이 아주 심각합니다.

“큰 교회 목사들이 설교할 때 ‘교회 안 나오는 것이 죄’라고 할 게 아니라 거짓말 하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와 고통을 주고 사랑하지 않는 것이 죄라고 해야 합니다. 교리는 있는데 윤리의식이 없는 것이죠. 후진국에서는 ‘힘’이 지배하죠. 강자가 약자를 지배합니다. 그 다음 단계에서는 정치와 법이 지배합니다. 선진국은 질서가 지배하는 사회예요. 도덕과 윤리가 없는 데는 정치인은 물론이고 교육자와 종교인 책임이 큽니다.”


-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할까요.

“스님들이 쓴 책은 베스트셀러가 많은데 목사나 신부가 쓴 책은 없어요. 교리만 얘기하니까 세상 사람들이 상관이 없잖아요. 예수는 교리 얘기를 안 했어요, 인생을 얘기했죠. 예수를 아주 잘 믿는 사람은 교회 밖에 있습니다. 예수님의 교훈으로 말하고 싶어요. 진리와 사랑입니다. 진리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것이고, 사랑은 이웃을 향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