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재외국민 투표와 장준하 아들(2016년 3월 26일)

divicom 2016. 3. 26. 09:07

나이가 들고 세상 구경을 오래 할수록 '유전자의 힘'을 절감합니다. 세대가 다르고 성별이 달라도 자식이 부모의 

단점과 장점을 이어받아 부모처럼 사는 것을 보면 놀랍기도 하고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합니다. 이런 면에서 요즘

가장 눈에 띄는 건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부녀, 박정희 대통령 치하에서 의문사한 장준하 선생과 그 

아들들입니다. 


장준하 선생의 셋째 아들 장호준 목사가 미국에서 '박 정권은 불의한 정권'이니, 오는 선거에서 '불의한 정권을 

심판하자'는 신문광고를 냈다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당하고 한국 국민 여권을 

반납하라는 결정을 들었다고 합니다.


이 사안은 깊은 슬픔과 분노를 자아냄과 아울러, 왜 재외 한국인에게 선거권을 주는가 하는 기본적인 의문을 

일으킵니다. 어떤 이유로든 이 나라를 떠난 사람들, 이 나라에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들에게 왜 이 나라를 운영할 

사람을 뽑는 권리를 주는 걸까요? 이 새롭고 나쁜 제도는 이민자들이 새로 찾은 나라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해

그들이 영원한 이방인으로 머물게 합니다. 아래에 경향신문에 실린 장준하 선생의 셋째 아들 장호준 목사의

인터뷰를 옮겨둡니다. 관련 사진을 포함한 기사 원문은 아래 주소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3211333091&code=910100 


[인터뷰]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인데  '정권 심판'  얘기하면  안 되나"  장준하 선생 3남  장호준 목사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 당한 ‘사람사는 세상을 위한 미주 희망연대’의 장호준 목사(56)는 2012년 개정 선거법에 따라 여권이 무효화된 첫 사례다. 미국 코네티컷주에서 목회 활동을 하는 장 목사는 20일 통화에서 “긴급조치 1호로 처음 처벌된 분이 아버지셨고, 재외선거 관련 규정으로 처벌 받는 게 아들이니, 차라리 자랑스럽다고 해야겠다”고 말했다. 장 목사는 1975년 작고한 장준하 선생의 3남이다.

발단은 지난해 11월 박근혜 정권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반대하는 재외동포들의 성금을 모아 경향신문, 한겨레 등 국내 신문에 광고를 내면서다. 당시 그는 중·고등학생들이 교과서 국정화 반대 1인시위를 하는 모습을 보고 어른으로서 부끄러웠다고 했다. 그는 목회 일을 하면서 새벽 같이 일어나 고등학생, 중학생, 초등학생들을 태우고 학교에 데려다주는 스쿨버스 운전기사이기도 하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전세계 31개국의 교민들로부터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장호준 외 3154명’이라는 이름으로 정부의 국정화 방침을 비판하는 광고를 실었다.

선관위는 이 광고들은 문제 삼지 않았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장 목사는 국내외의 비판에도 국정화를 강행하는 박 정권을 보면서 선거로 심판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때마침 재외국민 선거인 등록 기간인 것에 착안해 로스앤젤레스의 교민 신문에 세월호 참사, 교과서 국정화 등으로 박 정권을 비판하며 ‘불의한 정권을 심판하자’는 광고를 냈다.

LA총영사관에 파견된 선관위 직원이 장 목사에게 전화를 걸어와 ‘앞으로도 계속 하면 사법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경고를 했다. 장 목사는 “경고를 받은 이후에는 더 그만 둘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뉴욕, 토론토 등의 교민 신문들에 계속 광고를 냈다.

장 목사는 이후 뉴욕총영사관에 파견된 선관위 직원이 e메일로 보내온 30쪽 분량의 소명서를 받았다. 어떻게 광고를 하게 되었는지, 누가 돈을 냈는지 등을 물어보는 질문지에 그는 답을 하지 않았다. “그 소명서에 답하라는 것은 나를 믿고 신뢰해서 후원하고, 광고를 할 수 있게 해준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내놓으라는 것이다. 조직을 다 불어라는 것이다. 내가 박정희인가. 남로당 다 팔아먹고 자기 혼자 살게.”

선관위는 지난 10일 장 목사에 대한 여권 반납 결정을 발표하며 장 목사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미국과 프랑스 등의 한인 언론매체에 모두 8회에 걸쳐 ‘불의한 정권을 투표로 심판합시다!’라는 등의 신문광고를 게재하고 LA 재외선거관리위원회의 안내에도 불구하고 향후 계속 신문광고를 게재할 것임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장 목사는 선관위에서 보내온 공문의 표제에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라는 구절을 인용했다. “내 범죄 사실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특정 정당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인데, 그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의견 표명을 했다고 처벌하면 선거를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가만히 있다가 투표일이 되면 나와서 표만 찍고 들어가라는 것 아닌가.” 그는 “나는 사실 선관위에서 고발할 게 아니라 표창을 줘야 한다. 나 때문에 재외선거 등록률이 올라갔을 것”이라고도 했다.

선관위 요청을 받은 외교부는 장 목사의 여권 반납 결정을 내렸고, 한국에 있는 장 목사의 어머니를 통해 이를 통보했다. 1999년 미국에 이주한 장 목사는 영주권을 받은지 10년 이상 됐지만 시민권 취득을 하지 않고 있다. 그는 “그래도 한국 국적 포기는 쉽게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이 그의 출두를 명하고, 미국 정부에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하는 상황이 되면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주위에는 망명 신청을 권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올해 아흔이 된 국내 거주 어머니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아버지 장준하 선생 얘기를 또한번 되새겼다. “불의한 정권 아래 살면서 고통 당하지 않으면 불의한 일이다. 그런 정권한테는 고통 당하는 게 마땅한 일이다.”

한편 선관위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이 심판해주셔야 할 것”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해 6월 25일 국무회의 발언에 대해서는 선거법 위반 혐의가 없다고 결론내렸다. “박 대통령 발언의 전체적 내용과 맥락을 살펴보면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 등 법안처리 과정을 비판하면서 국민을 중심에 두는 새로운 정치문화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정치적 의견을 표명한 것”이어서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선관위는 지난 16일 20대 국회의원 재외선거에서 투표할 수 있는 재외 유권자 수는 전체 추정 재외선거권자 198만여 명의 7.8%인 15만4217명으로 최종 확정됐다고 밝혔다. 재외선거는 오는 3월 30일~4월 4일 세계 각지에서 치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