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청와대로 행진하는 유령들(2016년 2월 25일)

divicom 2016. 2. 25. 11:06

2016년 2월 마지막 며칠이 소란합니다. 국회에서는 야당의원들이 기록을 세워가며 테러방지법을 반대로 필리버스터 중이고, 어떤 역사 교사는 일본군 위안부로 고초를 겪은 할머니들을 그린 영화 '귀향'의 관람을 독려하기 위해 강남의 영화관을 빌려 무료관람자를 모읍니다. 청와대에서는 취임 3년을 맞은 대통령이 야당의원들의 필리버스터를 보고 분노하여 큰소리를 치고, 그 청와대를 향해 유령들이 전진합니다.


사람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대신해주는 유령들에게 감사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월요일 양평 땅 아래 누워 계신 아버지를 찾아뵙고 와서 그런지 유령들이 친숙하게 느껴집니다. 물론 어젯밤 청와대로 행진한 유령들은 홀로그램 유령이고 살아 있는 사람들이지만,  산 사람의 힘이 미치지 못할 때는 저 세상의 유령들까지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나라가 엉망이 되면 죽은 영혼인들 편하겠습니까?  


민주주의는 본래 시끄러운 것, 요즘 세상을 채우는 소음은 자꾸 두꺼워지는 절망을 깨뜨리는 희망의 망치 소리가 

아닐까요? 아래에 오늘 한겨레신문에 실린 허승 기자의 기사를 옮겨둡니다. 기사 원문과 관련 사진은 아래 주소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32025.html?_fr=sr1

청와대로 ‘유령들의 행진’…“집회 자유 보장하라”
국제앰네스티, 홀로그램 영상 제작
광화문광장서 정부 비판 ‘유령집회’
흐릿한 모습의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면서 꼬리를 물며 행진을 했다. 행진 대열은 청와대로 이어지는 길목인 서울 광화문광장 북쪽으로 향했다. 지난해 4월18일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집회에 참여한 시민들과 경찰이 대규모로 충돌한 뒤, 이 주변에서는 대부분의 집회가 금지됐다. 농민 백남기씨가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고 쓰러진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대회 당시에도 경찰은 이곳의 집회신고에 대해 금지통고를 했다.

그러나 24일 밤, 시민들은 광화문광장 북쪽에 모여 마음껏 외치며 거침없이 행진했다. ‘유령’이었기 때문이다. 집회 참가자들은 실제 사람이 아닌 가로 10m, 세로 3m의 홀로그램 스크린에 미리 제작한 홀로그램 영상을 쏘아 만든 연출된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3년을 하루 앞두고 열린 ‘유령집회’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집회·시위의 자유가 침해되고 있는 현실을 꼬집기 위해 준비한 행사다. ‘홀로그램 포 프리덤’이 지난해 4월 스페인에서 공공기관 인근 집회를 금지하는 법에 반대하며 연 홀로그램 영상시위에 이은 세계 두 번째 시도다. 앞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이틀 동안 서울 마포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120여명이 모여 집회 장면을 미리 촬영하고 홀로그램으로 만드는 작업을 했다.

홀로그램 영상으로 광화문광장에 선 김희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가 서 있는 이곳부터 청와대까지 집회를 할 수 없는 금지구역이 되어 버렸다. 교통불편을 이유로 집회가 금지된 이 거리에서 민주주의의 기초이며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시위가 가능한 건 우리와 같은 유령들뿐”이라고 말했다. 김숨 평화나비 대표는 “유령이 되어서라도 외치고 싶었던 것은 하나,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것”이라고 외쳤다.

‘유령’들은 ‘집회의 권리는 인권이다’라고 쓰인 펼침막을 내건 채 외쳤다. “오늘 우리는 유령이되 실은 유령이 아닙니다. 권리를 가진 시민입니다. 유령들의 집회는 오늘이 마지막이어야 합니다. 인권 없는 유령들의 집회 대신, 진짜 사람들이 누리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요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