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금수저, 흙수저(2015년 11월 18일)

divicom 2015. 11. 18. 08:38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사라지고, '금 수저, 흙 수저'라는 말이 유행합니다. 흔히 쓰이는 영어 표현 'born with a silver spoon in one's mouth'의 '은 수저(silver spoon)'를 '금 수저, 흙 수저'로 바꾼 것이지요. '입에 은 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건 '물려받은 재산이 많다'는 뜻입니다.


자본주의의 특징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상속입니다. 내가 쌓은 재산을 내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이지요. 내가 많은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면 그 아이는 '은 수저를 물고 태어난' 게 됩니다. 재산의 상속은 

반가운 것이지만 빚의 상속, 가난의 상속은 울분과 괴로움의 족쇄입니다. 


물론 재산을 상속하는 게 꼭 좋은 것은 아닙니다. 태어나면서부터 돈이 잔뜩 들어있는 통장을 갖게 되었거나

고대광실 같은 아파트를 물려받은 사람이 자신의 소질을 계발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일은 드무니까요. 

사람의 능력이 발현되는 것은 대개 결핍의 상태라는 점을 생각할 때 재산의 상속은 어쩜 행운의 가면을 쓴

불운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너무도 가난해 타고난 능력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사그러드는 일 또한 적지 않습니다.

'적정한 가난'이 인간을 인간답게 한다는 말도 있지만, 어느 정도 살기가 힘들면 오히려 자극이 되어 능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사는 게 너무 힘들면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기도 전에 의지가 꺾여 버리는 것이지요.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데는 상속을 금지하는 것이 제일 바람직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유재산의 상속을

금지하는 건 어려울 겁니다. 누구나 자신이 키운 재산을 자녀나 가족에게 물려주려고 할 테니까요. 정부가

공정한 사회를 위해 해야 할 일은 상속을 제한하거나 상속 재산에 걸맞은 상속세를 부과해 상속의 폐해를 

줄이는 것이지만, 과연 우리 정부가 그런 노력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이런 상황이니 이 나라가 점차 더 노골적으로 자본주의화 하면서, 상속 재산이 없는 사람은 살기가 힘들어지고, 

부모나 조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재산이 많은 사람은 시종일관 편하게 사는 일이 많습니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이것이 학문적으로 입증되었다고 하니 참 씁쓸합니다. 조금 전 경향신문 인터넷판에서 본 '수저 계급론' 기사, 

아래에 옮겨둡니다. 기사 전문과 관련 그래픽은 아래 주소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bizn.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1511172248565&code=920100&med=khan&nv=stand


수저 계급론은 현실…“금수저 물고 태어나야 성공”…자수성가 힘들어지는 한국

이주영 기자 young78@kyunghyang.com


ㆍ김낙년 교수 논문 ‘부와 상속’

부를 축적하는 데 있어 스스로의 노력보다 부모로부터 상속받는 재산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이들이 ‘자수성가’할 기회는 점점 줄고, 부모의 재산에 따라 자식의 경제적 지위가 결정된다는 이른바 

‘수저계급론’이 더 확연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17일 이 같은 내용의 ‘한국에서의 부와 상속, 1970~2013’ 논문을 공개했다. 

김 교수는 불평등 문제를 세계적으로 공론화한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가 제안한 방법을 이용해 한국인의 

자산에서 상속 자산의 기여도가 얼마나 높아지고 있는지를 추정했다.

분석 결과 부의 축적에서 상속·증여가 기여하는 비중은 1970년대 37.3%에서 1980~1990년대 27~29%로 

떨어졌다가 2000년대에는 42%로 빠르게 상승했다. 총자산이 100만원이라면 1980년대에는 27만원이 부모에게 

상속받은 것이고 나머지 73만원은 저축 등으로 모은 것이었지만, 2000년대에는 상속으로 쌓인 자산이 42만원으로 늘어나고 스스로 모은 자산은 58만원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국민소득에서 연간 상속액이 차지하는 비중도 1970년대 5.7%에서 1980년대 5.0%로 저점을 통과한 뒤 계속 

높아져 1990년대 5.5%, 2000년대 6.5%, 2010~2013년에는 평균 8.2%로 뛰었다. 어떤 지표로 봐도 상속의 

중요성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외국과 비교할 때 한국에서 상속의 중요성은 아직은 낮은 편이다. 전체 자산에서 상속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대 기준으로 독일 42.5%, 스웨덴·프랑스 47.0%, 영국 56.5% 등으로 한국보다 높다. 국민소득 대비 연간 상속액 비중도 2010년대 연평균 기준으로 스웨덴과 영국은 8.2%로 한국과 같고 독일(10.7%), 프랑스(14.5%)는 한국보다 높았다.

문제는 한국에서 상속 재산의 비중이 빠른 속도로 높아져 조만간 다른 나라를 추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1960년대 이후 한국의 인구구성 추이를 보면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급속히 늘어난 반면 노년인구 

(65세 이상)의 증가는 아직 본격화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러한 인구구조와 고도성장이 결합되면서 1980~1990년대에는 상속의 비중이 상당히 낮은 수준에 그쳤다. 고도성장기에는 저축률이 빠르게 늘어났고, 젊은층이 자산을 

축적할 기회가 많았다. 자수성가할 기회가 더 많았던 것이다. 그러나 생산가능인구는 2015년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섰고 노년인구는 늘어 2060년에는 40%를 넘어선다.

한국의 사망률은 2050년대엔 1.75%로 프랑스(1.45%)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급속한 고령화는 투자와 저축, 경제성장을 낮추는 반면 사망률을 높여 상속이나 증여에 의한 이전 자산이 더욱 중요해지는 사회로 접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성장률이 미미해지면 자신의 노력으로 부를 축적할 기회는 줄고 상속받은 부가 더 중요해진다”며 “상속이 저축보다 훨씬 더 중요한 부의 축적 경로가 되고, 그렇게 축적된 부의 불평등이 높다면 그 사회는 능력주의 사회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