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사십 대에 몸이 아프면 '시간의 낭비'만 안타까워했는데, 이제 몸이 아프면 방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이 세상을 떠난 후 어지럽게 쌓여 있는 제 짐들을 정리할 사람들을 생각하는 것이지요. 병이 나는 이유는 그때나 지금이나 '과로'입니다.
남의 눈엔 아무 것도 아닌 일들 --사람을 만나거나 걷고 싶은 길을 걷거나 읽고 싶은 책을 읽거나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것 --이 '과로'가 될 때가 있습니다. 남의 잣대나 세상의 잣대, 또 젊은 날의 제 잣대로 보면 아무 것도 아닌
일들이 '오늘의 나'에겐 힘겨운 것이지요.
누구나 자기 속도로 늙는다는 걸 깜빡할 때가 있습니다. 겉보기와 상관 없이 체질적으로 약한 사람의 건강은 남보다 빠른 속도로 사위어갈 텐데 그 생각을 하지 못하고 하고 싶은대로 하다가 앓아 눕는 겁니다. 누운 후에야 '오, 어리석은 자여!' 하고 탄식하지만 어쩔 수가 없습니다. 바닥난 저수지 같은 몸에 반가운 빗물 같은 것이 서서히 차오르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요 며칠 커피도 마시고 싶은대로 마시고 산책도 제법 했는데 당분간 발병난 중처럼 지내야겠습니다.
작은 방을 가득 채우고 있는 제 흔적들도 조금씩 덜어내면서...
제가 앓아 누워 있는 동안 이 나라엔 희망을 덜어내는 일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시간을 거꾸로 돌려 놓은 새누리당, 어서 이름을 바꿔야 합니다. '새'도 '누리'도 가당치 않을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모국어를 모욕하는 단체이니까요. 시민들이 '새누리당'의 이름을 바꾸게 하기 위해 캠페인을 벌인다면 아픈 몸을 끌고 나가 참여하겠습니다. 무기력한 몸에 열기를 불어넣으니 새누리당에 감사해야 할까요?
아프면서 깨닫는 저처럼, 제 동료 한국인들도 아픈 나라를 보며 정신을 차려야 할 텐데, 과연 그럴지 모르겠습니다. 대통령의 한마디에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 놓은 새누리당, 그러고도 아무렇지 않은 저 빤질빤질한 얼굴들...
소위 민주주의 국가라는 이 나라에서 '삼권분립'은 장송곡이 되었으니 바깥 사람들 보기에 창피합니다.
하늘이여, 새누리당에 큰 벌을 내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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