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중국에서 '연수' 중이던 우리 공무원들이 아홉 명이나 숨졌습니다. 그들을 태우고 가던 버스가 지린성 지안의 조선족 마을 부근 다리에서 하천으로 추락한 겁니다. 대부분 50대 사무관들이니 꽤 오래 공무원 생활을 한 사람들입니다. 오랜만에 사무실을 벗어나 해외연수를 가니 본인들도 즐겁고 가족들도 기뻤을 겁니다. 연수 가는 길이 저 세상으로 가는 길임은 아무도 몰랐을 겁니다.
그런데 작년에 같은 지역으로 비슷한 일정의 연수를 다녀온 공무원들 중엔 이런 사고가 날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게다가 그 사람들은 그 위험성을 알리는 소원수리도 냈다고 합니다. 즉, 이번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연합뉴스의 이해용, 백도인 두 기자가 어젯밤에 보도한 것을 보면, 강원도의 공무원 한 사람은 당시 소원수리에 “연수 일정이 하루 평균 5∼6시간, 많게는 9시간 이상을 버스로 이동하는 강행군의 연속이어서 버스 기사의 졸음운전이나 과속 등”이 우려된다고 썼다고 합니다.
다른 지방 공무원은 버스가 낡고 안전벨트가 없거나 있어도 쓸 수 없는 상태였다고 지적하고, “기사들이 운전하면서 전화통화를 하거나 교통신호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등 안전운행 규칙을 무시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지방행정연수원의 관계자는 작년에 연수를 다녀온 공무원들이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했는지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는데, 그것을 확인하는 게 무엇이 어려워 확인할 수 없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그 관계자는 당시의 소원수리와 상관없이 “연수생들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니 더 화가 납니다. 왜 ‘안전을 위한 모든 대책’은 소중한 목숨이 낭비된 다음에만 마련되는 걸까요?
작년에 중국 연수를 다녀온 공무원들이 이 연수의 위험성을 지적했을 때 그것을 받아들여 문제점을 개선했으면 아홉 명이나 객지에서 목숨을 잃고 수많은 가족들이 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일은 피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 중요한 소원수리가 누구에 의해 묵살되었는지 꼭 밝혀내야 합니다. 2012년부터 계속되어 왔다는 이 연수... 이것으로 이익을 얻는 사람(기관)이 누구인지 밝혀내야 합니다. 다시는 이런 식의 죽음이 있어서는 안 되니까요. 사흘 만에 900킬로미터가 넘는 지역을 달렸다는 연수 버스... 도대체 ‘연수’는 왜 가는 것일까요?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부, 메르스 광고로 언론 길들이나?(2015년 7월 6일) (0) | 2015.07.06 |
---|---|
노무현 비하와 네네치킨 불매운동(2015년 7월 5일) (0) | 2015.07.05 |
별들의 키스, 그리고 이육사(2015년 7월 3일) (0) | 2015.07.03 |
6·29선언 (2015년 6월 28일) (0) | 2015.06.28 |
윤석남 전시회(2015년 6월 24일) (0) | 2015.06.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