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연수는 왜 가는가?(2015년 7월 4일)

divicom 2015. 7. 4. 10:26

지난 1일 중국에서 '연수' 중이던 우리 공무원들이 아홉 명이나 숨졌습니다. 그들을 태우고 가던 버스가 지린성 지안의 조선족 마을 부근 다리에서 하천으로 추락한 겁니다. 대부분 50대 사무관들이니 꽤 오래 공무원 생활을 한 사람들입니다. 오랜만에 사무실을 벗어나 해외연수를 가니 본인들도 즐겁고 가족들도 기뻤을 겁니다. 연수 가는 길이 저 세상으로 가는 길임은 아무도 몰랐을 겁니다.

 

그런데 작년에 같은 지역으로 비슷한 일정의 연수를 다녀온 공무원들 중엔 이런 사고가 날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게다가 그 사람들은 그 위험성을 알리는 소원수리도 냈다고 합니다. , 이번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연합뉴스의 이해용, 백도인 두 기자가 어젯밤에 보도한 것을 보면, 강원도의 공무원 한 사람은 당시 소원수리에 연수 일정이 하루 평균 56시간, 많게는 9시간 이상을 버스로 이동하는 강행군의 연속이어서 버스 기사의 졸음운전이나 과속 등이 우려된다고 썼다고 합니다.

 

다른 지방 공무원은 버스가 낡고 안전벨트가 없거나 있어도 쓸 수 없는 상태였다고 지적하고, “기사들이 운전하면서 전화통화를 하거나 교통신호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등 안전운행 규칙을 무시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지방행정연수원의 관계자는 작년에 연수를 다녀온 공무원들이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했는지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는데, 그것을 확인하는 게 무엇이 어려워 확인할 수 없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그 관계자는 당시의 소원수리와 상관없이 연수생들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니 더 화가 납니다. 안전을 위한 모든 대책은 소중한 목숨이 낭비된 다음에만 마련되는 걸까요?

 

작년에 중국 연수를 다녀온 공무원들이 이 연수의 위험성을 지적했을 때 그것을 받아들여 문제점을 개선했으면 아홉 명이나 객지에서 목숨을 잃고 수많은 가족들이 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일은 피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 중요한 소원수리가 누구에 의해 묵살되었는지 꼭 밝혀내야 합니다. 2012년부터 계속되어 왔다는 이 연수... 이것으로 이익을 얻는 사람(기관)이 누구인지 밝혀내야 합니다. 다시는 이런 식의 죽음이 있어서는 안 되니까요. 사흘 만에 900킬로미터가 넘는 지역을 달렸다는 연수 버스... 도대체 연수는 왜 가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