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즐거운 산책

히야신스와 '내 영혼 바람되어'(2015년 4월 5일)

divicom 2015. 4. 5. 09:38

날씨가 흐리고 춥지도 덥지도 않아 나무 심기에 좋은 식목일입니다. 나무 한 그루 심어보시기 바랍니다. 나무를 

심을 수 없으면 화분 하나를 장만하셔도 좋겠지요. 몇 년 전에 뽕나무 두 그루를 아파트 정원에 심었는데 지금은 

아주 큰 나무가 되었고 오디도 탐스럽게 열리곤 합니다. 


오늘 tbs '즐거운 산책(FM95.1MHz)'에서는 히야신스에 대해 생각해보고, 안톤 체홉의 '벚꽃 동산'을 읽었습니다.

첫 곡은 스웨덴 가수 Ebba Forsberg(훠스베리히)의 'Hold me', 마지막 곡은 Cyndie Lauper의 'Time After 

Time'이었습니다. 


총 12곡을 들었는데 특히 김종서 씨의 '아버지', 웅산 씨의 '꽃잎'의 여운이 오래가더군요. 조용필 씨의 '나무야'와 

양희은 씨의 '나비'도 재미있었습니다. 전곡 명단은 tbs 홈페이지(tbs.seoul,kr)의 '즐거운 산책' 방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의 노래'는 바리톤 송기창 씨가 부른 '내 영혼 바람되어'였습니다. 미국인 Mary Elizabeth Frye가 쓴 시를 

이화대학교 경영대학 김효근 교수가 번안하여 거기에 곡을 붙인 노래입니다. 1932년 미국 볼티모어에 

살던 프라이 부인은 자기 집에 머물던 젊은 유대계 독일 여성 마가렛 슈와르츠코프(Margaret Schwarzkopf)가 

독일에 계신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우는 것을 보고 이 시를 썼다고 합니다. 어머니가 편찮은데도 

반유대 소요로 인해 가지 못하다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으니 마가렛이 얼마나 슬펐을까요. 마가렛이 

프라이 부인에게 나는 어머니 무덤가에서 눈물 한 방울 흘릴 수도 없어요하고 슬퍼하는 것을 보고 프라이 부인은  내 무덤가에서 울지 마오’로 시작하는 시를 썼다고 합니다..나중에 어떤 가수들은 이 노래에 ‘A Thousand 

Winds(천 개의 바람)’라는 제목을 붙여 부르기도 했습니다.

 

지난 3월 26일은 천안함 사건이 일어난 지 5년이 되는 날이었고, 오는 16일은 세월호가 침몰한 지 1년이 되는 날입니다. 나라를 잘못 만나 너무 일찍 떠난 사람들, 그들을 잃고 여전히 슬픔과 괴로움 속에 살고 계신 유가족들을 생각하며 이 노래를 들었습니다. 아래에 제 칼럼 '들여다보기'에서 읽어드린 '히야신스' 원고와 '내 영혼 바람되어'의 바탕이 된 Mary E. Frye의 시와 번역본을 옮겨둡니다. 


히야신스

 

부모님을 뵙고 오는 길

꽃집 앞에서 발이 멈춥니다.

수선화, 철쭉, 팬지...

색색으로 핀 꽃들이 유치원 아이들처럼 어여쁩니다.

 

빨갛고 노란 꽃들 사이에 구근 하나가 조용합니다.

영락없는 양파 모양에 초록 잎만 일곱 장,

히야신스입니다.

언젠가 꽃이 피겠지만

어떤 빛깔 꽃이 필지 미리 알 수는 없습니다.

 

히야신스 한 분()을 사들고 걸음을 재촉합니다.

꽃이 죽는 게 두려워 화분 꽃을 사지 않던 때가 있지만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두려운 건 죽음이 아니라 꽃 피우지 못하는 것이라는 걸...


마침내 히야신스가 피었습니다.

하얀 별들이 송글송글 반짝입니다.


한때는 누군가의 별이었을 부모님,

우리를 별로 키우느라

당신들이 별이었음을 잊으신 부모님께

하얗게 빛나는 히야신스 별

선물하고 싶습니다.


당신들이 별이었던 때를 기억하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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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무덤가에서 울지 마오

나 거기 없소, 나 그곳에 잠들지 않았다오.

나는 천 개의 바람이라오

눈 위에 빛나는 금강석이라오

영그는 곡식 위의 햇살이라오

다정히 어루만지는 가을비라오

그대, 아침의 침묵 속에 깨어날 때

소리 없이 둥글게 날아오르는 새들이라오

밤이면 다정하게 빛나는 별들이라오

내 무덤가에서 울지 마오

나 거기 없소, 나는 이 세상을 떠난 게 아니라오.

 

Do not stand at my grave and weep.

I am not there. I do not sleep.

I am a thousand winds that blow.

I am the diamond glints on snow.

I am the sunlight on ripened grain.

I am the gentle autumn rain.

When you awaken in the morning’s hush

I am the swift uplifting rush

Of quiet birds in circled flight.

I am the soft stars that shine at night.

Do not stand at my grave and cry,

I am not there; I did not d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