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축구선수 차두리 씨가 어제 은퇴했습니다. 한국과 뉴질랜드의 A매치 평가전 전반 종료 후 차두리 선수의 은퇴식이 열렸습니다.
'은퇴'하기엔 너무 젊은 이 '영웅'은 아버지 차범근 씨의 꽃다발을 받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오늘 아침 신문에서 아버지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는 차두리 씨를 보니 가슴이 아팠습니다.
차두리 씨를 '영웅'이라고 부르는 건 그가 축구선수로서 뛰어난 기량을 보였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국가대표로 활동한 시간이 13년 143일로 역대 6위였고, 75번의 A매치 경기에 참가해 4골을 기록했고, 34세에 아시안컵에 출전해 대한민국 아시안컵 역대 최고령 출전 선수가 되었지만, 그가 '영웅'인 건 이런 기록 때문만이 아닙니다.
제가 그를 '영웅'으로 부르는 건 그가 차범근이라는 큰 나무 아래서도 자신만의 꽃을 피웠기 때문입니다. 어제
경기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차두리 씨는 "항상 아버지를 보고 아버지의 명성에 도전했던 것 같다...아버지가 축구를 너무 잘해서, 아무리 해도 근처에 못 가니까, 속상함도 조금 있었다"고 털어놓았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분이 아버지이고 롤모델도 아버지였다며 자기 삶의 '가장 큰 선물'이 아버지였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세상의 박수를 받는 아버지나 어머니를 갖는 것은 남 보기엔 '행운'이지만 그들의 자녀에겐 끝없는 '좌절'과 '형벌'일 수 있습니다. 아무리 잘해도 사람들은 '차범근 아들이잖아? 잘하는 게 당연하지'라고 말할 테니까요.
'아무리 해도 근처에 갈 수 없는' 실력을 가진 아버지 때문에 차두리 씨가 느꼈을 좌절감은 그런 아버지를 갖지 않은 사람들이 짐작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차범근 선수와 다른 훌륭한 축구선수'의 모습을 보여준 차두리 씨에게 마음으로부터 축하하며, 그의 앞날을 축원합니다.
부디 아버지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으로 즐거운 인생을 살기 바랍니다. 차두리,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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