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부디 사랑하시라(2009년 12월 30일)

divicom 2014. 11. 12. 22:27

기억하는 분들은 기억하시겠지만 위 제목의 글은 2009년 12월 30일 제가 한국일보 '김흥숙 칼럼'에 쓴 글입니다.

이 글은 '기독교 대한 하나님의성회 강남교회 대리 단체(한국인터넷선교네트워크)' 가 시시때때로 '명예훼손'을 이유로 '다음' 포털에 삭제 요청을 내는 글입니다. 지난 9월 22일에도 했는데 오늘 또 했으니 이번엔 간격이 어느때보다 짧았네요. 이 단체가 어디 있는지 무엇하는 곳인지는 알 수 없지만 꽤 한가한 곳인 것 같습니다. 아래에 '다음 권리침해신고센터'에서 보내온 메일의 앞부분과 문제된 한국일보 칼럼을 옮겨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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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고대상 : [http://blog.daum.net/futureishere/114] [부디 사랑하시라 (2009년 12월 30)]

• 신고자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강남교회 대리 단체(한국인터넷선교네트워크)

 

• 신고내용 명예훼손 게시물 삭제 요청

 

• 조치일자 : 2014/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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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사랑하시라 (2008년 12월 30일 한국일보 김흥숙 칼럼’)

  

슬픔이 아닌 이별은 드물지만 올해엔 유독 가슴 아픈 사별이 많았습니다설 직전 서울 용산 재개발 현장에서 숨진 여섯 사람을 비롯해 김수환 추기경김대중과 노무현 두 전 대통령히말라야 하산 길에 타계한 산악인 고미영, 2차 대한해협 횡단을 준비하다 숨진 '아시아의 물개'조오련폭행과 술자리와 성접대 요구를 이기지 못해 자살한 신인배우 장자연...

 

12월은 죽음의 그림자가 가장 짙게 드리우는 달입니다짧은 낮 여린 햇살 아래 종종 대는 사람들에게 원치 않는 나이가 한 살 더 다가오고 죽음도 꼭 그만큼 가까워집니다사람들은 죽음이 오기도 전에 죽음의 지배를 받고죽음의 두려움을 극복하려 종교에 귀의하기도 합니다종교적 직분을 맡은 사람을 '성직자(聖職者)'라 부르는 건 그들의 역할이 세속 저편죽음 너머까지 포괄하기 때문일 겁니다.

 

기도회와 거짓말

 

그런데 하필 이달 들어 유명한 성직자 두 분이 음울한 세상을 더 우울하게 했습니다제자교회의 정삼지 목사는 교회자금 횡령혐의로 신도들에 의해 검찰에 고발당했고강남교회 김성광 목사는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구국기도회'에서 정도를 벗어난 정치적 발언을 하여 사람들의 많은(원문에는 '많은 사람들의'라고 썼는데 신문엔 이렇게 바뀌어 나갔습니다. '많은 분노'라니 좀 이상하지요?) 분노를 샀습니다기도회를 주최한 건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 개신교도 모임인 '성공21'서울협의회라고 합니다.

 

김 목사는 세종시와 4대강 사업에 대통령과 다른 견해를 보이는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을 ''과 ''에 비유하며박 의원이 집을 지어봤냐시집을 가봤냐는 식의 인신공격 발언을 하고교회 집사인 정운찬 총리를 3년 안에 장로로 만들어 차기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한다장로가 대통령을 해야 한다고 하여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원래 국회도서관 대강당은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행사에 쓰이는 곳입니다한나라당 이경재 의원이 기도회를 위해 대강당을 빌릴 때도 세미나를 할 거라고 했다고 합니다. 11월 20일자 '초청의 말씀'에 '국가와 민족을 위한 기도회'로 명시된 걸 보면 이 의원이 거짓말을 한 게 분명합니다.


독실한 개신교도로 알려진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후 목소리를 높이는 신도들이 많아졌습니다연말 곳곳에서 열리는 수상식장에선 '하나님께 감사'한다는 소감이 흔하고처음 만난 사람에게서 "어느 교회 다니세요?"하는 질문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성인 인구의 70% 이상이 기독교도로 자처하는 미국에서조차 보기 힘든 일이고세계 어느 나라보다 다양한 종교가 평화롭게 공존해온 한국에선 삼가야 할 일입니다믿음을 자랑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거짓말하지 말고 도둑질하지 말라는 기본 계명을 지키는 일일 겁니다성직자의 임무는 계명을 지키는 데서 나아가 죽음을 극복하는 유일한 길이 사랑임을 보여준 예수의 존재를 신도들에게 일깨우는 것이겠지요.

 

수명이 연장되면서 두려움 속에서 보내는 생애는 길어지고'사랑'해야 할 시간은 늘어나는데종교적 직분을 가진 분들은'사랑'대신'성공'을 설파하는 일이 많습니다어쩜 그래서 요즘 '성직자'라는 표현이 덜 쓰이는지도 모릅니다.

 

신도들이 해야 할 일

 

12월 후에 13월 대신 1월이 오는 것은 지난 1년의 공과를 잊고 다시 시작하라는 의미일 겁니다새해가 올 때까지48시간도 남지 않았습니다단 몇 시간이어도 좋으니 나라 안의 모든 성직자와 신도들이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기도했으면 좋겠습니다천박한 정치 발언은 정치인에게들고 나는 돈 관리는 회계담당에게 맡기고죽음 속에 영원히 사는 길이 있음을 보인 예수의 뒤를 따르겠다고 염원했으면 좋겠습니다그 기도가 골방을 채우고 세상의 모든 약하고 가난한 이들의 동네로 흘러 들어 슬픈 이별은 있어도 억울한 죽음은 없는 새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김흥숙 칼럼'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 드리며새해에 많은 기쁨과 보람 추수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