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 34주년 기념식이 조금 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렸으나 5·18관련단체들이 참석하지 않아 반쪽 기념식이 되었습니다.
민주유공자유족회, 부상자회, 구속부상자회, 기념재단 등 5·18 관련 4개 기관·단체는 어제 성명을 내어, 국가보훈처가 오늘 열릴 '관제' 기념식에 보훈단체를 총동원하고 있다며 "억지 참배객으로 5월 영령을 우롱하지 말라"고 비난했습니다. 단체들은 "5·18 단체 회원과 광주시민의 빈자리를 강제로 채우는 '관제 기념식'을 국민에게 보여주려는 행위를 중단하라며 "강제 동원된 단체별 책임자와 지부별 버스 대여비 등 경비 내역을 공개하라"고 보훈처에 요구했습니다.
오늘 아침 기념식에는 정홍원 국무총리와 정당 관계자 등 천5백 명이 참석했지만 기념식의 주인공이 되어야 할 부상자들, 유족들, 관련단체들은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안철수 대표와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 등 야당 인사들도 불참했습니다. 이 행사는 국가보훈처가 주관한 행사인데 보훈처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기념곡으로 지정하지 않고 참석자들의 제창을 금지하자 관련인사들이 불참하기로 한 것입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97년 5·18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뒤 2008년까지는 공식 기념식에서 제창됐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며 공식 식순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작년 6월 27일 국회의원 158명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결의했지만, 박근혜 정부는 이번에도 이 노래의 제창을 금했습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유족과 시민들 사이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대표하는 노래로 제창되어 왔는데,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왜 이 노래의 제창을 금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국민이 노래를 함께 부르는 걸 금지하는 정권, 무엇이 두려운 걸까요? ‘아침 이슬’을 금지했던 박정희 정부가 떠오릅니다.
광주 시민들과 5·18관련단체들은 세월호 참사 애도 차원에서 매년 열던 5·18기념행사를 축소했습니다. 아래에 5·18민중항쟁 제34주년 기념행사위원회가 지난 15일에 발표한 성명서를 옮겨둡니다.
5·18행사위원회는 5·18 민중항쟁의 정신을 국민과 함께 지켜내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제34주년 5·18민중항쟁 기념행사위원회 (이하 5·18행사위)는 먼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영령과 그 유가족 분들께 80년 5월 집단적으로 가족을 잃었던 오월 광주의 가슴으로 깊은 애도와 위로의 뜻을 표합니다.
5·18행사위는 수많은 영혼을 억울하게 수장시킨 정권의 무능에 대한 분노와 전 국민적 추모에 동참하기 위해 예년처럼 5·18기념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대동세상을 염원했던 5월 항쟁정신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물론, 이 같은 결론에 이르기까지 1년 이상 준비해온 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논란이 있었음을 숨기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사랑하는 국민여러분!
5·18행사위는 기념식과 관련하여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입장을 정리하였습니다.
첫째, 국회의 ‘님을 위한 행진곡’의 공식 기념곡 지정 대정부촉구결의안과 그 약속 이행을 번복한 정부·여당의 반국민적, 반의회적, 반역사적 행위에 주목했습니다.
둘째,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상징인 ‘님을 위한 행진곡’의 끈질긴 제창 반대를 통해 일부 보수세력이 유신의 부활과 5공의 재평가를 시도하여 결국 현대사 전반의 민주화운동을 폄훼 하려는 역사왜곡 음모를 좌시할 수 없었습니다.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국민여러분!
5·18행사위원회는 지난 5월 8일 공동대표단, 집행위원회 연석회의의 결정사항을 재확인하며, 이러한 인식과 합의를 전제로 다음과 같이 최종 결정했습니다.
첫째, ‘님을 위한 행진곡’이 공식 식순으로 제창되지 않는 한 제34주년 정부주관 기념식에 불참하고, 별도의 기념식을 개최하지 않겠습니다.
둘째, 전야제 행사는 정부의 무성의한 태도에 대한 항의표시와 세월호 참사의 국민적 추모 대열에 동참한다는 뜻에 따라 전면 취소 결정을 재확인하며 여타 유사한 행사는 5·18행사위원회와 무관한 행사임을 밝힙니다. 또한 어떠한 자발적인 5‧18관련 행사도 경건한 추모와 성숙한 시민의식이 발현되기를 기대합니다.
셋째, 정부는 ‘님을 위한 행진곡’의 공식 기념곡 지정과 제창 요구를 즉각 수용하여 국민통합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이행해야 합니다.
절망스럽고 가슴저린 국민여러분!
5·18행사위원회는 침묵하지 않겠습니다.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광주의 오월이 악용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습니다.
지난 4월 8일 5·18행사위원회 출범식을 통해 올해 5·18기념행사는 ‘깨어나라 민주주의여! 마을에서 마을로’ 라는 슬로건에 나타나듯이 5ㆍ18민중항쟁의 정신을 마을에서 마을로 실현되어, 꺼져가는 5ㆍ18에 대한 관심과 역사성에 다시 생명력을 불어넣겠다는 의지로 준비했습니다. 그 결과 22개 마을에서 주민들의 생활의 현장에서 5·18기념행사를 접하고 참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올해 기념행사는 “생활속의 5·18, 현장속의 5·18”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세월호 참사로 유명을 달리한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며 국민적 추모 대열에 동참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고, 그래서 “내려놓는 5·18, 비우는 5·18”로 변화된 상황을 고려하여 대응전략을 수립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로 인해 5·18기념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전야제 등 야외행사, 유희성, 축제성 행사를 취소 또는 연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국민여러분께 다시한번 이해를 구하며 널리 양해하여 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끝으로 슬로건, 공모사업, 마을단위 기념행사, 시군단위 기념행사, 전국단위 행사 등에 함께 하여 주신 시도민 여러분과 국민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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