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촌과 층간 소음(2014년 4월 9일)

윗집에 살던 가족이 오늘 이사갑니다. 쿠당쿠당 짐 싸는 소리가 윗집 아이들 축구할 때 나던 소리와 비슷합니다. 초등학교 입학 전인 여자 아이 하나와 남자 아이 하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다녔습니다. '아이들이 건강하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소음으로 인한 두통을 달래다가 도저히 견딜 수 없을 정도가 되면 그림책을 들고 올라갔습니다.

초인종을 누르면 아이들 어머니가 어쩔 줄 몰라 하며 문을 열었습니다. '죄송해요'를 연발하는 어머니 뒤에서 두 아이가 눈을 빛냈습니다. "우리 축구했는데!" 누나가 자랑스럽게 얘기하면 동생도 소매로 땀을 훔치며 "나도 했는데!" 했습니다. 잠깐 들어오시라는 어머니의 요청을 거절 못해 들어서면 두 아이가 서로 저를 잡아 끌었습니다. 자기들이 어떻게 축구를 하고 놀았는지 설명하기도 하고 자는 방에 데려가 각자의 침대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아이들 얘기를 들어주다가 "그런데 너희들이 그렇게 뛰면 아줌마 머리가 아프니까 좀 덜 뛰면 안 될까"하면 금세 걱정스러운 얼굴이 되곤 했습니다. 어떨 때 윗집에 올라가 쿵쾅거리는 소리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고 하면 바로 뒤꿈치를 들고 걷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가끔 추석이나 설 때 아이들 아버지가 과일 상자를 들고 왔습니다. 소음을 견뎌주어 고맙다고, 자기네는 아이들 사정을 이해해주는 아래층 사람들을 만나 참으로 행운이라고. 

엊그제 사소한 선물을 들고 올라갔더니 아이들 어머니가 걱정스럽게 말했습니다. "그런데 어떡해요? 또 아이들 있는 집이 이사온대요." "아이들이 건강해서 다행이다 하면서 견뎌야죠" 하니 걱정스런 얼굴에 웃음을 띠고 그동안 고마웠다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사람의 인연이라는 것... 생각하면 놀랍습니다. 70억 인구 중에 아래 위층에 사는 이웃사촌이 되었으니 신기합니다. 어디로 이사 가든, 그곳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길 빕니다. 언젠가 그 가족이 위에 사는 사람들이 내는 소음 때문에 괴로울 땐 우리와 함께 했던 시간을 생각하며 '즐겁게' 견디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