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에서 일요일 밤에 방영하는 '개그콘서트'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입니다. 개그콘서트에서 개그맨들이 무심코 또는 의도적으로 내뱉는 말들이 그대로 젊은이들의 유행어가 되는 일은 흔합니다. '느낌 아니까' '앙 대요' 등은 젊지 않은 사람들도 거의 다 아는 것 같습니다.
개그콘서트를 보며 파안대소하는 일이 많지만 불쾌해지거나 분노하게 될 때도 종종 있습니다. 일부 개그맨들의 얼굴이나 체형을 웃음의 소재로 삼을 때입니다. '안 생겨요' '후궁뎐: 꽃들의 전쟁' '놈놈놈' 등 소위 '못 생기거나' 뚱뚱한 개그맨들의 외모로 웃음을 불러 일으키는 코너들은 웃기긴 하되 씁쓸한 뒷맛을 남깁니다.
개그가 웃기면 됐지 뭘 그리 따지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것은 개그의 사회적 영향력, 방송의 위력을 알지 못하는 사람의 무식을 드러내는 발언입니다. 그런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게 되면 '못 생긴 사람'과 '뚱뚱한 사람'은 놀려도 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못 생긴 사람'과 '뚱뚱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놀려도 으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자조적 태도를 갖게 됩니다. 소위 선진국이라는 나라치고 공영방송에서 이런 식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부추기는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KBS가 신인 코미디 연기자를 모집 중이며 새로 뽑힌 사람들은 KBS 29기 공채 개그맨으로 ‘개그콘서트’에 합류할 거라고 합니다. '새로운 피'의 수혈을 앞두고 개그콘서트의 인기 없는 코너를 폐지했다고 하는데, 인기가 높아도 '나쁜' 코너는 폐지해야 합니다.
가장 이상적인 코미디는 웃음으로 사회, 나아가서는 세계를 정의롭게 하는 데 기여하는 것입니다. 더구나 시민의 삶이 피폐일로를 걷고 있는 이 나라에서 세상을 모른 척하는 코미디가 좋은 프로그램이 될 수는 없습니다. 개그콘서트의 전 출연진과 제작진이 한 곳에 모여 찰리 채플린의 작품들을 감상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요?
요즘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아나운서조차 우리말을 잘못 구사하는 일이 적지 않지만, 개그콘서트에 출연하는 사람들이라도 우리말을 제대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시청률의 제왕'에 나오는 박성광 시는 언제나 '싯청뉼의 제왕'이라고 '시'를 짧게 발음하는데 '시청률의' 시'는 길게 발음해야 합니다. 인기가 높을수록 거기에 수반되는 사회적 책임감도 큽니다. 웃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른말을 쓰는 것도 중요합니다.
개그콘서트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개그콘서트가 자신의 책임을 자각하여 '나쁜' 코너들을 폐지하고 더 좋은 프로그램으로 진화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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