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년 첫 스타커플이 탄생했다고 인터넷 세상이 시끄럽습니다. 배우 김혜수 씨와 유해진 씨가 열애 중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겁니다. 1986년 십육 세의 나이에 데뷔한 이래 줄곧 주연을 맡아온 김혜수 씨, 나이는 한 살 위지만 혜수 씨보다 일 년 늦게 데뷔해 주로 '없어서는 안 될' 조연을 맡아온 유해진 씨. 두 사람을 만나게 한건 함께 출연했던 영화 “신라의 달밤”이지만 두 사람을 연인으로 만들어준 건 책인 것 같습니다. 두 사람 모두 독서광이라니 공통의 화제가 오죽 많았겠습니까?
두 사람의 사랑 소식을 들으니 제일 먼저 “역시 김혜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조건만 보면 혜수씨 쪽이 우월해보이니까요. 한편으로는 좀 서운합니다. 제 주변 젊은 남자들에게 연애를 하려면 혜수 씨 같은 이와 해야 한다고 얘기하던 참이니까요. 저는 혜수 씨를 만나본 적이 없지만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그것을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이나 학벌 따위에 상관없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그것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남들 눈에 그럴싸한 일을 하며, 남들 눈에 그럴 듯한 방식으로 살면서 그게 자신이 원하는 일이며 삶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니까요.
김혜수 씨도 그렇지만 저는 특히 배우로서의 유해진 씨를 눈여겨봐왔습니다. 언제 무슨 역을 맡아도 자연스러운 연기, 언젠가 잠시 텔레비전에 나왔을 때 어색해하던 모습. 연예인은 많아도 배우는 드문 우리 풍토에서 드문 배우라고 생각했습니다.
두 사람의 사이가 공개된 후 두 사람의 미니홈피에는 축하 글이 넘친다고 합니다. 다른 스타들의 연인관계에는 악플이 심심히 않게 달렸었는데 이번엔 축하 일색이라고 합니다. 헤럴드 경제는 그 이유를 “주연급 여배우와 조연급 남자 배우, 화려한 외모와 소박한 외모의 조합이 ’외모 지상주의’ ’최고 지상주의’만을 추구하는 우리 세태와 어긋나면서 오히려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김혜수 씨는 소속사를 통해 낸 보도자료에서 동료 배우로서 “공통의 관심사가 많음을 계기로 우정과 친분을 쌓아가다 유해진의 소박하고 인간미 넘치는 모습에 자연스럽게 동료에서 연인으로 발전했다”며, “서로에 대해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현재까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김혜수 씨가 밝힌 관계의 발전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사랑의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혜수 씨의 사랑법이 많은 여성들에게 영감을 주길 바랍니다. 눈에 쌍꺼풀이 있는지, 키가 몇 센티미터인지 보다 “공통의 관심사”와 “인간미”가 중요함을 일깨워주길 바랍니다.
두 사람은 아직 결혼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두 사람을 축하하는 팬들이 어서 결혼하라고 조르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조용히 두 사람의 관계가 더 좋은 관계로 발전하기를 기원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게 좋은 관계냐고요? 오래전 제가 쓴 짧은 시로 대답을 대신하며 다시 한 번 두 사람을 축원합니다.
"자라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다
키우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다" -- "그대를 부르고 나면 언제나 목이 마르고" 중에서 "사랑(일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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