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82) 전 대통령 가족이 어제 미납 추징금을 납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그 발표만으로는 이 사안을 매듭지을 수 없습니다. 재산을 형성하고 관리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온갖 불법행위, 추징금 납부를 16년 동안 미룬 덕에 얻게 된 이자 및 투자 수익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전 전 대통령에게 선고된 추징금 2205억원에 대한 법정이율을 계산하면 재임 이후 25년간의 이자수익만 2700여억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법정이율은 민사소송에서 적용되는 연 5퍼센트입니다. 그러니 원금과 이자수익만 합쳐도 5000억원대가 되는 것이지요.
현재의 형사소송법은 추징금의 경우 원금만 환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추징금을 체납하더라도 가산금이나 이자가 붙지 않으니 추징금을 서둘러 낼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전 전 대통령 가족이 16년 동안이나 추징금 납부를 미루며 불법 수익을 챙긴 이유가 바로 이것이겠지요.
법을 알고 법의 허점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그냥 두어야 할까요? 그럴 순 없겠지요. 아래에 그런 사람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를 알려주는 기사가 있습니다. 오늘 한겨레신문에 실린 고나무 기자의 기사입니다.
[전두환 추징금 16년만에 환수]
변호사들, 탈세 등 처벌
목소리
검찰도 “진행중인 수사 계속”
추징금 지각납부로
화폐가치 이익만 1013억여원
공무원범죄 몰수법 적용
주장도
추징금 완납과 별개로 전두환(82) 전 대통령과 친인척을 포함한 ‘비자금 조력자’들이 은닉재산을 형성·관리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조세포탈 등 불법행위는 끝까지 처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징금이 전 전 대통령 일가의 불법행위에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1995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5·18 특별수사본부장’이었던 최환(70) 변호사는 10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추징금 완납을 했다고 (전 전 대통령과 친인척의) 형사처벌을 완전히 없는 것으로 돌릴 수 없다. 자진납부를 했다는 점에서 형법 51조의 양형 조건 규정에 따라 형사 사건 처리에 있어서 정상 참작 사유가 될 뿐 추징금 완납이 형사절차 종결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선고할 때 형량을 줄이거나 불구속 기소를 할 수는 있지만, 검찰이 구속된 전 전 대통령 처남 이창석(62)씨와 전 전 대통령 자녀, 조력자들에 대한 수사와 형사처벌을 아예 덮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최 변호사의 설명이다.
검찰도 일단 원칙대로 수사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중앙지검은 보도자료를 내어 “이미 드러난 (전 전 대통령 가족의) 불법행위는 원칙대로 수사하되 증거관계와 책임 정도, 자진납부한 점 등의 정상을 감안하여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환수팀’ 팀장인 김형준 부장검사도 브리핑에서 전재국(54)씨의 유령회사 수사 등에 대해 “언제 환수 자진납부한다는 것을 예측하지 못하기 때문에 진행해오던 수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별환수팀은 지난달 19일 경기도 오산시 땅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124억원의 양도소득세와 법인세를 포탈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조세포탈)로 전 전 대통령의 처남 이창석씨를 구속했다. 특가법상 연간 10억원 이상의 세액 포탈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할 수 있는 중범죄다. 또 검찰은 역외탈세 등의 혐의로 장남 전재국씨의 회사를 압수수색하고 차남 전재용(49)를 최근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채권 차명계좌를 만들어준 혐의를 받는 국두파이낸스 직원들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행위 규명에서 더 나아가 전 전 대통령이 거액의 뇌물 수수와 추징금 미납 등의 범죄행위를 바탕으로 이룩했다고 추정되는 ‘불법수익의 과실’도 조사해 몰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1조는 ‘특정 공무원 범죄를 범한 사람이 그 범죄행위를 통하여 취득한 불법수익 등을 철저히 추적·환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또 2조는 몰수 대상과 관련해 ‘불법수익의 과실로서 얻은 재산’을 포함한다. 전 전 대통령은 1980년 대통령 취임 이후 기업 등으로부터 받은 엄청난 뇌물 등을 통해 재산을 불렸고 이를 자녀들에게 여러가지 방법으로 이전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추징금을 내고도 ‘불법행위의 과실’이 많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선 추징금을 16년 지나 뒤늦게 낸 것만으로 저절로 얻는 화폐가치상의 이익이 1013억여원이다. 통계청 생활물가지수(2012년=106, 1997년=65.9)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1997년 1672억원은 2012년엔 2685억원에 해당한다. 추징금은 벌금과 달리 늦게 납부해도 가산금·이자가 없다. 이처럼 전 전 대통령은 ‘지각 납부’ 과정에서 추징금으로 낼 돈을 투자해 수천억원으로 재산을 불린 것으로 추정된다.
‘5·18 특별수사본부’ 소속 검사로 전 전 대통령의 은닉재산 수사 실무를 맡았던 김용철 광주시교육청 감사관은 “추징금을 안 내고 키워 온 과실과 범죄수익은 온전히 환수하지 못했다. 추징금 납부는 뒤늦게 형벌이 집행된 것일 뿐, 재산은닉 과정에서 저질러진 범죄는 처벌해야 하고 부정한 과실도 환수해야 한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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