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의 편지 (2008년 4월 11일) 국회의원 선거 결과에 실망하여 이민을 가고 싶다는 사람들의 말을 들으니 이민 수속을 밟던 때가 떠오른다. 그러나 모국은 낙인, 어디에 간들 자유로워지겠는가. 의지의 낙관에 기대어 주저앉고 말았었다. 때맞춰 날아든 편지 한 통, 실망한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몇 달 .. 한겨레신문 칼럼(삶의 창) 2009.11.02
투제체! 달라이 라마 (2008년 3월 21일) 텔레비전 뉴스와 신문 보기가 무섭다 싶으면 결국 앓게 된다. 혜진이와 예슬이, 네 모녀 살해 사건에 이어 티베트 사태까지, 새 잎 돋고 꽃 피어도 봄은 오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몸을 이루는 모든 조각들이 아프다. “삶의 뿌리가 고(苦)”라는 달라이 라마의 말이 떠오른다. 고열로 지글대는 .. 한겨레신문 칼럼(삶의 창) 2009.11.02
오늘 저녁은 콩나물밥 (2008년 3월 7일) 사람에겐 잔인해지려는 본성과 게을러지려는 본성이 있다고 하더니,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은 모두 첫 번째 본성의 지배를 받는가 보다. “살 쪘네요!” 듣는 사람의 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명랑하게 건넨다. 겨우내 감기를 오래 치르느라 몸이 둥글어진 탓이다. 어려서 감기에 걸리면 매운 콩나물국.. 한겨레신문 칼럼(삶의 창) 2009.11.02
사랑할 때와 죽을 때 (2008년 2월 22일) 죽어라 사랑하는 이, 죽은 다음에 사랑하는 이, 떠난 사랑 앞에 침묵하는 이, 떠난 자리에 앉아 통곡하는 이, 사랑이 떠난 것조차 알지 못하는 이, 입으로 슬픔을 말하며 눈으로 새 사랑을 구하는 이 …. 하여 숭례문 무너진 서울은 시끄럽다. 불을 붙인 건 ‘채 노인’이지만 불을 붙이게 .. 한겨레신문 칼럼(삶의 창) 2009.11.02
영어, 영어, 영어! (2008년 2월 1일) 일생 동안 영어로 밥벌이를 해 왔는데 요즘은 영어가 지긋지긋하다. 영어가 정치가 되어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쏟아내는 정책들을 보면 그곳이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의 모임인지 의심스럽다. 그 중의 압권은 영어 잘하는 입영 대상 젊은이들을 군대 대신 학교에 보내 영어.. 한겨레신문 칼럼(삶의 창) 2009.11.02
감기, 꼬마귤, 드레스 (2008년 1월 11일) 난방은 어렵다. 보일러 스위치만 누르면 되지만 누르려고 하면 텔레비전에서 본 장면들이 떠오른다. 기초생활 보장 급여로 빠듯하게 사느라 겨우내 냉방에서 생활하는 홀몸노인들, 식구는 많아도 쪼들리는 형편 탓에 연료비 감당이 어려운 집들. 해결책 없는 고민을 하는 건 착해서가 아니라 자라면서.. 한겨레신문 칼럼(삶의 창) 2009.11.02
의심을 찬양함 (2007년 12월 21일) 원래는 맥주 얘기로 ‘삶의 창’을 열려고 했다. 남루한 골목을 떠돌다 답답해진 가슴이 맥주 한 캔에 위로받은 적이 있어, 바로 그 캔맥주 같은 글을 쓰고 싶다는 얘기를 하려고 했다. 그러나 12월14일 <한겨레> 1면에 실린 새 필진 소개가 마음을 바꾸게 했다. 거기엔 내가 ‘시인’이.. 한겨레신문 칼럼(삶의 창) 2009.11.02
오래된 아내 ▲ 그녀의 잠 못 드는 밤 ⓒ 김수자 글 김흥숙 그림 김수자 머리 하얀 남편이 야근하는 밤 늙은 아내는 집에서 객지를 겪는다 남편 코 울음 배인 침상, 문득 낯설어 아내의 낡은 몸이 낙엽처럼 구른다 그때, 아직 머리 검어 집도 객지도 없던 시절 괜히 남편이 되었나 보다, 괜히 아내가 되.. 오마이뉴스(한평 반의 평화) 2009.10.31
노래방 3호실 손님 ▲ 혼자 노는 놀이터 ⓒ 김수자 글 김흥숙 그림 김수자 예닐곱 명이 촘촘히 앉던 노래방 3호실에 그녀 혼자 들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그녀하고 그녀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그녀, 말하기 좋게 그녀 1, 그녀 2라고 할까요? 남편과 싸우고 나서 집을 나섰고 발길 가는 대로 걷다 보니 여기까.. 오마이뉴스(한평 반의 평화) 2009.10.31
'작은 집'에서 나를 만나다 글 김흥숙 그림 김수자 어린 시절 우리 집은 개량 한옥 같은 것이었습니다. 할머니와 제가 자던 방과 부모님의 방 사이엔 요즘의 거실이라 할 수 있는 대청이 있었고 대청과 마당 사이엔 격자 유리문이 있었습니다. 유리문을 열고 마당에 내려 서서 오른쪽으로 45도쯤 휜 길을 따라 뒤 안.. 오마이뉴스(한평 반의 평화) 2009.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