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 12

노년일기 196: 간헐적 고문 (2023년 11월 5일)

어머니가 스물넷에 저를 낳아 어머니와 저는 띠동갑이 되었습니다. 띠가 같은 사람은 성격도 비슷할 것 같지만 어머니와 저는 아주 많이 다릅니다. 어머니는 외출과 여행을 좋아하시지만 저는 좋아하지 않고, 어머니에게 가장 중요해 보이는 '맛'과 '멋'이 제겐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머니와 저는 다른 만큼 부딪치며 살았습니다. 저는 어리고 어머니는 어른인 기간 동안 어머니는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제게 가해하는 사람이었고 저는 피해자인 줄 모르는 피해자였습니다. 젊은 시절엔 늘 어머니의 불운을 상기하며 어머니를 이해하려 애썼습니다. 어머니에게 내 아버지 같은 아버지가 계셨으면 저렇게 되시지 않았을 거라고, 어머니가 나만큼 교육을 받으셨으면 말씀을 저런 식으로 하지 않으셨을 거라고, 우리집 형편이 나..

나의 이야기 2023.11.05

존 스타인벡의 문장들4: 인간 (2023년 11월 2일)

제가 일년 중 가장 좋아하는 달인 11월의 둘째 날 수십 년 동안 저를 위로해준 존 스타인벡의 을 다 읽었습니다. 전에도 읽었던 책인데 이번엔 더 재미있더니 마지막 쪽을 덮을 때는 왼쪽 가슴이 먹먹하며 아팠습니다. 인격보다 재산이 중시되는 세상에서 격조 있는 사람이 살아남기는 이렇게 어려운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스타인벡은 1968년에 죽었고, 그때는 오늘날처럼 천박한 자본주의가 노골화하기도 전인데 이 뛰어난 작가는 이미 자본주의의 민낯을 보았던 것이겠지요. 이 그의 마지막 작품인 이유를 알겠습니다. 이라는 제목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에 나오는 글로스터 공작의 대사에서 따온 것인데, 글로스터는 왕이 되며 리처드3세가 됩니다. 이 세상에서는 만나지 못한 스타인벡, 언젠가 다른 세상에서라도 만나 보고 싶..

오늘의 문장 2023.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