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엔 잠자리에 들고도 한참 동안 잠들지 못했습니다. 아이로부터 빗속에 '폐기물 수거 대상' 딱지를 붙인 채 버려진 피아노 얘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피아노가 비를 맞고 있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어 트럭으로 물건을 날라주는 곳을 찾아 네 곳이나 연락했지만 아무도 그 일을 하려 하지 않더랍니다. 어쩌면 그 일을 해낼 자신이 없어 안 한다고 한 것인지 모릅니다. 피아노를 옮기는 데는 힘과 함께 요령이 필요한데, 전에 요령으로 피아노를 옮기던 분들이 이제 대개 고령이 되었고 젊은 사람들은 요령이 없어 들 수 없을 테니까요. 본 적도 없는 그 피아노가 자꾸 생각났습니다. 하얀 건반 검은 건반들 사이로 빗물이 스며들어 음악을 죽이겠구나, 사물에도 마음이 있지 않을까, 피아노도 마음이 아프지 않을까... 이십 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