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제가 아는 누구보다 외출을 좋아하셨고 걷는 것을 좋아하셨습니다. 여든이 넘어서도 주말에 밖에서 두 딸과 점심을 하시고 나면 1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걸어 귀가하시곤 했습니다. 중년엔 등산을 즐기셨고 노년 초입엔 건강을 위해 춤을 배우시기도 했습니다. 올봄 만 아흔셋을 넘기신 어머니가 얼마 전부터 다리가 아프고 고꾸라질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가끔 통증의학과에 가서 주사를 맞으시면서 견디셨습니다. 그러던 어머니가 나흘 전 집 앞 경로당에서 함께 사는 맏며느리에게 전화를 하셨다고 합니다. 혼자 집에 갈 수가 없으니 경로당에 와서 자신을 데리고 가 주었으면 좋겠다고. 100 미터도 안 되는 거리인데... 이튿날 아침엔 아예 혼자 일어서는 일조차 어렵게 되었고, 처음으로 그런 상태가 되신 어머니는 극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