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 12

노년일기 180: 고통의 시한 (2023년 8월 6일)

어머니는 제가 아는 누구보다 외출을 좋아하셨고 걷는 것을 좋아하셨습니다. 여든이 넘어서도 주말에 밖에서 두 딸과 점심을 하시고 나면 1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걸어 귀가하시곤 했습니다. 중년엔 등산을 즐기셨고 노년 초입엔 건강을 위해 춤을 배우시기도 했습니다. 올봄 만 아흔셋을 넘기신 어머니가 얼마 전부터 다리가 아프고 고꾸라질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가끔 통증의학과에 가서 주사를 맞으시면서 견디셨습니다. 그러던 어머니가 나흘 전 집 앞 경로당에서 함께 사는 맏며느리에게 전화를 하셨다고 합니다. 혼자 집에 갈 수가 없으니 경로당에 와서 자신을 데리고 가 주었으면 좋겠다고. 100 미터도 안 되는 거리인데... 이튿날 아침엔 아예 혼자 일어서는 일조차 어렵게 되었고, 처음으로 그런 상태가 되신 어머니는 극심..

동행 2023.08.06

불을 끄면 (2023년 8월 3일)

수양딸 덕에 한국에서 가장 첨단적인 백화점이라는 '더현대' 구경을 다녀왔습니다. 그곳은 그냥 백화점이 아니라 그대로 하나의 거대한 도시였습니다. 2023년 현재 한국인의 생활 방식이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보았던 무수한 사람들, 지하 6층 주차장까지 빼곡히 들어찬 자동차들... 그곳의 사람들은 그곳 밖의 사람들처럼 '다름'에 민감하겠지만, 그 '다름'은 불만 끄면 모두 사라지겠지요. 셸 실버스틴의 시가 얘기하듯... 다르지 않아요 땅콩처럼 작든, 거인처럼 크든, 우린 다 같은 크기에요 불을 끄면. 왕처럼 부유하든, 진드기처럼 가난하든, 우리의 가치는 다 같아요 불을 끄면. 붉든, 검든 주황 빛이든, 노랗든 하얗든, 우린 다 같아 보여요 불을 끄면. 그러니 모든 걸 제대로..

동행 2023.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