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비리 의혹으로 지탄을 받고 있는 이동흡 헌법재판소장을 보면 KBS2 TV의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가 떠오릅니다. 이씨는 자신이 통장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바람에 특정업무경비 제도가 개선됐다고 하면서 '평생 떳떳하게 살아왔는데 (청문회에서) 인격살인을 당했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안녕하세요'는 전국민의 '고민'을 들어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프로그램인데, 자신의 고민을 얘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개는 이해할 수 없는 남의 처신으로 고민에 빠지거나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그 '고민유발자'와 함께 출연합니다.
재미있는 건 이 '고민유발자'들의 공통적 특질입니다. 바로 자신이 하는 이상한 행동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누구나 그러는 것 아니냐?"고 하는 것입니다. 이동흡 씨도 자신이 무슨 비리를 저질렀는지 모르고 누구나 자신처럼 사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과거에 저지른 옳지 않은 일들이 드러난 후 총리후보에서 물러난 김용준 씨도 언론 때문에 자신의 가정이 엉망이 됐다고 불평했다고 하니 이분도 이동흡 씨와 같은 생각인가 봅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세상이 아주 미치진 않았다는 것입니다. 시민단체 참여연대는 어제 이동흡 씨를 횡령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습니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이 씨가 특정업무경비 3억 2천만 원을 개인계좌에 입금한 것이 확인됐으니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겁니다. 이 후보자가 공금을 수표로 받아 개인 계좌에 입금한 것은 불법 영득이고, 사용 내역에 대해 어떤 증빙자료도 제출하지 않았으니 횡령이라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 후보자가 '괴물'이 된 것은 특정업무경비 말고도 수많은 비위 사실과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입니다. 이 후보자는 특정업무경비 3억원을 환원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는데 3억원을 뱉어낸다고 공금을 사적으로 사용한 범죄행위가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드시 제대로 수사하여 법이 '힘은 있되 정의감은 없는 사람들의 장난감'이 되는 걸 막아주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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