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레슬링 없는 올림픽 (2013년 2월 13일)

divicom 2013. 2. 13. 12:43

2020년부터 레슬링이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가 우리 시각으로 어제 레슬링을 올림픽 종목에서 제외하기로 하면서 올림픽의 상업화 비판이 다시 힘을 얻고 있습니다. 레슬링은 육상과 더불어 올림픽을 상징하는 종목입니다. 고대올림픽에서도 치러졌고 근대올림픽 1회 대회부터 정식 종목인데 '재미없다'는 이유로 제외한다는 겁니다. IOC 집행위의 결정은 9월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총회에서 최종 승인을 거쳐 확정된다고 합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도하 신문에는 레슬링은 퇴출되지만 태권도가 '핵심종목'이 되어 다행이라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해외에서 큰 사고나 사건이 터졌을 때 '한국인 사망자는 없어' 하는 투의 기사와 일맥상통하는 것인데, 제발 기사를 이런 식으로 쓰지 말았으면 합니다. 객관적으로 말해서, 태권도와 레슬링 중 하나를 퇴출해야 한다면 태권도를 퇴출하는 게 맞을 겁니다.


한쪽에선 IOC 집행위에 서유럽 위원들이 많아 러시아, 이란 등 서유럽 아닌 지역이 강세를 보이는 레슬링을 퇴출하기로 한 것이라는 말이 들립니다. 뉴욕타임스는 퇴출 1순위로 거론됐던 근대5종이 살아남고 그보다 인기있는 레슬링이 퇴출되게 된 것은 후안 사마란치 전 IOC위원장의 아들인 사마란치 2세가 국제근대5종연맹(UIPM)의 부회장 중 한 명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정치적 입김과 상업주의가 작용하면서 보기 싫어진 올림픽이 앞으로는 더욱 보기 싫어질 것 같습니다. '승리'보다 '참여'에 의의를 둔다는 올림픽, 그 종목이 '의미'보다 '재미'에 의해 결정된다니 말입니다. 재미를 찾는다면 올림픽 아닌 개그나 정치판을 보면 됩니다. IOC 집행위원들, 참 수치스러운 동행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