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즐거운 산책

시인은 무엇을 생각했던가? (2012년 8월 18일)

divicom 2012. 8. 18. 11:14

오늘은 미국의 웰캣닷컴(Wellcat.com)이 홍보하는 '나쁜 시의 날 (Bad Poetry Day)'입니다. 학교 다닐 때 소위 '종은 시'를 가르치며 외우게 하던 선생님들 때문에 고생했으니 '나쁜 시'를 써서 선생님들한테 보내자고 한답니다. '나쁜 시의 날', 사람들은 잊고 있던 시를 떠올리며 좋은 시를 찾아 읽는다고 하니 '나쁜 시의 날'은 오히려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든 날이 아닌가 합니다.


'나쁜 시의 날'을 기념하여 오늘  아침 교통방송 '즐거운 산책'에서는 빅토르 위고의 시,  ‘1848년, 시인은 무엇을 생각했던가?’를 읽어드렸습니다. 이 시는 시집 <옛 집을 생각하며>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빅토르 위고는 <레미제라블> <노트르담의 꼽추> 등을 쓴 소설가로 잘 알려져 있지만 본래 문학적 출발을 시로 했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좋은 시를 남겨 ‘대시인’으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시의 제목에 나오는1848년은 프랑스에서 급격한 정치적 변화가 일어난 해입니다. 2월에 파리에서 열린 공개토론회가 정치적 시위가 되었고, 시위 진압 과정에서 2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루이 필리프 왕은 영국에 망명했으며, 4월 말엔 제헌의회 구성을 위한 선거가 실시되었고, 6월에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바스티유광장에 모여 반정부 시위를 벌였으며, 정부는 이 시위를 무참히 진압했다고 합니다. 12월엔 나폴레옹 3세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었는데, 이 사람은 1851년에 쿠데타로 의회를 해산하고 이듬해 11월에 황제로 즉위했습니다. 젊어서 왕당파이던 빅토르 위고는 나폴레옹이 하는 짓을 보고 공화파가 되어 그에 저항하다 망명, 1870년에 귀국할 때까지 19년 동안 벨기에와 영국 등지에서 살았습니다. 그럼 시를 읽어보시지요. 방송에서는 시간 관계상 조금 건너뛰었지만 여기엔 전문을 옮겨둡니다.



1848년, 시인은 무엇을 생각했던가?


너는 권력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다른 일을 해야 된다. 다른 모습의 정신을 가진

너는 기회가 와도 의연히 물러서야 한다.

비통한 생각에 골몰해 있는 너는 엄격한 연인

사람들에게 이해받고 또 경멸당하기도 하지만

그들을 지키는 목동이 되고 그들을 축복하는 사제가

돼야 한다.

가혹한 학대에 쫓긴 시들이

프랑스의 아들들이, 또한 파리의 아들들이

목 매 죽을 때 또는 갑자기

길모퉁이에 을씨년스런 바리케이트가 쳐지고

사방에서 한꺼번에 죽음이 쏟아져 나올 때

너만은 거기에 맨 손으로 달려가야 한다.

이 추악하고 치사하고 더러운 전쟁터에

네 가슴을 내밀고 네 영혼을 흘려보내야 한다.

말하고 기도하고 약자든 강자든 구원하고

포탄을 비웃고 죽은 이를 애도해야 한다.

그리고 너는 멀리 떨어진 광장으로 되돌아와

열렬한 군중들 틈에 섞여

추방당할 사람, 재판 받을 사람을 보호하고

교수대를 뒤엎고, 불온한 도당들이 뒤흔드는

질서와 평화를 받들고 보호해야 한다.

너무나 쉽게 속는 우리의 병사

감옥에 끌려간 너의 형제인 이 나라 국민

온갖 제도와 슬프고 긍지 높은 자유를 수호해야 한다.

그 암울하고 불안한 시대를 당해

떨며 흐느끼는 고귀한 예술을 수호하고

또한 숭고한 마지막 순간을 기다려야 한다.


너의 임무는 가르치고 사색하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