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발 연합뉴스 기사를 보니 폭언을 자주한 시어머니를 살해한 40대 주부에게 이례적으로 권고형량(징역 12년 이상)보다 낮은 징역 8년이 선고됐다고 합니다.
부산지법 형사합의6부(김동윤 부장판사)는 시어머니를 살해하고, 남편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존속살해 등)로 구속기소된 박모(46·여)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는데, "가족윤리를 무너뜨린 피고인의 범행은 엄히 처벌해야"하지만 박씨가 남편의 잦은 폭행과 이혼 요구, 시어머니의 잦은 폭언 등으로 우울증과 피해의식 등 적응장애를 겪고 있었으며, 잘못을 깊이 뉘우치는 점 등을 고려해 권고형량보다 낮은 형을 선고했다고 합니다.
박씨는 지난 5월10일 일흔두 살의 시어머니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하고, 이를 말리는 남편 하모(43)씨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전치 4주의 상처를 입힌 혐의로 기소되었다고 합니다. 박씨는 이날 시어머니에게 생일상을 차려주기 위해 갔다가 자신에게 면박을 주자 홧김에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합니다.
세상은 어지러운 속도로 바뀌고 있지만 사람의 생각과 관계는 훨씬 더디게 변합니다. 고부 갈등도 예외가 아닙니다. 나이 덕에 시어머니와 며느리 양편 사정을 모두 알게 된 제가 보기에 고부관계를 결정짓는 것은 며느리보다는 시어머니입니다. 며느리는 아직 시어머니의 위치에 가보지 않았지만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위치에도 있어보았고 그 나이도 살아보았기 때문입니다.
시어머니가 며느리에 대해 '내가 네 나이 때는 이랬는데 너는 왜 이러냐?'고 시대착오적으로 따지는 대신 '네가 아직 젊어서 잘 모르는구나, 나도 네 나이 때는 그랬어'라고 이해하며 사랑으로 대하는 게 중요합니다. 어머니와 딸 사이에도 갈등이 있지만 어머니와 딸은 서로를 '빨리 용서'합니다. 용서할줄 모르는 모녀간은 사이 나쁜 남과 다르지 않습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도 서로를 '빨리 용서'하며 살다보면 사이좋은 모녀처럼 나이들게 됩니다.
생일 날 며느리 손에 목숨을 잃은 시어머니도 가엾지만 시어머님 생일상을 차려 드리기 위해 찾아 갔다가 범죄인이 된 며느리도 가엾습니다. 관계를 키우는 것은 사랑이지만 사랑을 키우는 제일 좋은 거름은 용서입니다. 부디 용서로 사랑을 키우시고 그 사랑으로 아름다운 관계를 키워나가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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