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안철수와 박근혜 (2011년 11월 15일)

divicom 2011. 11. 15. 09:06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오늘 오전 1,500억 원 상당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자신의 입장을 공식 발표한다고 합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오전 9시30분 자신이 원장으로 있는 서울대 수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입장을 직접 밝힐 계획입니다.

 

안 교수는 어제 오후 안철수연구소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자신이 보유한 연구소 주식 지분(37.1%)의 절반인 1500억 원 상당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혀, 온 나라의 언론을 바쁘게 만들었습니다.

제일 우스운 건 한나라당 지도자들의 반응입니다. 안 원장의 재산 기부가 ‘정치적 꼼수’라는 겁니다. 누가 누구에게 ‘정치적 꼼수’ 운운 하는 것인지, 기부라고는 해본 적 없거나 해도 자기 사람들로 만든 재단에 하여 하나마나하게 한 사람들이 안 원장을 비난하니 우스운 겁니다.

 

안 교수는 오늘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재산을 기부하게 된 동기, 자신의 대권 도전에 관한 얘기 등을 할 거라는 게 언론 보도입니다. 저로선 그가 꼭 대권에 도전했으면, 아니 꼭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정치적 활동이 그의 연구 활동에 방해가 된다는 것은 잘 알고, 그처럼 정의롭고 깨끗한 사람이 들어서기에 우리나라 정치판이 너무 혼탁하다는 것도 잘 알지만, 나라의 앞날을 위해 그가 희생해주기를 바랍니다.

 

그가 직접 정치판에 뛰어들기 저어된다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처럼 자신의 동지를 대신 내세우고 그를 지원하여 당선되게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명박 씨를 대통령으로 선출하여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은 국민이 다시 그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게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경상북도 구미와 서울 마포 상암동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위한 기념물과 기념관이 설치, 설립되고 있습니다. 그가 유신헌법을 만들어 평생 집권을 도모할 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것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가차 없이 탄압하던 1970년대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들에겐 참으로 기막힌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18년 독재 끝에 수하의 손에 저격당해 사망하기에 역사의 단죄인가 했는데 지금 국민의 세금으로 그를 기리고 있는 겁니다.

 

더 놀라운 건 그의 딸이 집권당의 가장 유력한 대권 후보라는 사실입니다. 독재자 아버지의 자녀가 권력을 이어받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적어도 이 나라는 그런 후진국이 아닙니다. 안 교수가 대권 경쟁에 나서거나 동지를 내보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안 교수님, 미안합니다. 그 동안 바이러스 치료사로서 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신 것도 고맙지만 몇 년 만 더 고생해주십시오. 당신의 인생에서 아예 5년을 덜어내어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 써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