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자살과 사망 (2011년 11월 9일)

divicom 2011. 11. 10. 08:41

지난 8일 두 사람의 유명인이 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1970년대를 풍미했던 영화배우 김추련 씨(64)와 미국의 권투선수 조 프레이저입니다.

 

김추련 씨는 오전 11시45분께 경남 김해 내동의 오피스텔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죽기 이틀 전 같은 교회를 다니던 집사에게 죽음을 예언하는 글을 등기우편으로 보냈고, 호주머니에는 유서가 있었다고 합니다.  A4 한장에 싸인펜으로 쓴 유서에는 '평생 영화배우로 살아오면서 한때는 최고 인기배우로 인정 받았지만 아쉬움도 많았다. (그렇지만) 행복했다. 이제 인생을 마무리하고 떠나려 한다. 외로움과 어려움이 저를 못 견디게 한다. 저를 사랑해 주신 팬들께 죄송하며 감사드린다'고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독신인 그는 수년전부터 김해에서 생활했는데 주로 교회에서 활동하고 교류했으며 3개월 전부터 오피스텔에 혼자 살면서 지병과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그는 1974년 영화 '빵간에 산다'로 데뷔, 같은해 백상예술대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으며 1977년엔 영화 '겨울여자'에 장미희와, 영화 '꽃순이를 아시나요'(1979)에는 정윤희와 함께 출연했고, 유지인, 정소녀, 원미경 등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며 전성기를 구가했습니다. 특히 60만 관객을 모은 '겨울여자'에서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연기, 당시 수많은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 후에도'빗속의 연인들'과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 약 50여편의 영화에 출연했으며 1980년대 초반에는 성격파 배우로 인정 받았습니다.

 

1980년대 중반 이후에는 사업가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으나 잇따른 사업실패로 어려움을 겪었으며, 

재기를 위해 2003년 가수로 데뷔, 1집 앨범 '영원한 사라'를 발표, 2006년 영화 '썬데이 서울', 올해 9월 영화 '은어'에 출연하고, 지난 3월 4집 '내 연인'을 내놓는 등 의욕을 불태웠으나 끝내 재기하지 못했습니다.

 

투혼의 복서 조 프레이저는 병사했습니다. 항년 67세. 간암으로 호스피스 시설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지 이틀이 되지 않아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프레이저는 쇠약해진 모습을 보이기 싫어 제시 잭슨 목사, 전 헤비급 챔피언 래리 홈즈 등 지인들의 병문안을 끝내 고사했다고 합니다.


1944년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가난한 농가에서 12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프레이저는
필라델피아로 이주한 후 본격적인 복서의 길을 걸었습니다. 필라델피아를 배경으로 제작된 복싱 영화 '록키'에서 주인공이 고깃덩이를 샌드백처럼 두들기는 장면과 박물관 계단뛰어 오르는 장면은 프레이저의 실제 훈련을 모티브
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1964년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후 이듬해 프로로 전향, 승승장구하던 그는 1971년 3월 뉴욕 메디슨스퀘어가든에서 무하마드 알리와 헤비급 통합 세계 타이틀을 놓고 맞붙었습니다. 15회에 다운을 빼앗고 심판 전원 일치 판정승을 거두며 타이틀을 방어,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맞이했으나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이후 알리와 두 차례 대결하여 간발의 차이로 진데다 조지 포먼에게 두 번이나 굴욕적인 KO패를 당했습니다. 통산 전적은 37전 32승(27KO) 1무 4패. 그는 1990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습니다. 세 차례 맞대결을 전후해 알리의 인신 공격으로 많은 상처를 입었던 프레이저는 은퇴 후에도 알리에 대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으나 올해 '세기의 대결' 40주년을 맞아 열린 한 행사에서 "'필생의 라이벌'을 용서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김추련과 조 프레이저, 두 사람은 삶만큼 다른 죽음을 죽었으나 최선을 다해 살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한 사람은 스스로, 한 사람은 투병 끝에 저 세상으로 갔습니다. 누가 더 용기있는 사람일까요? 판단은 살아 있는 사람들의 몫이겠지요. 다만 김추련 씨의 예에서 종교가 '외로움과 어려움'을 돕지 못함을, 프레이저로부터는 세계에서 제일 잘 싸우던 사람조차 병과의 싸움에서는 패할 수 있음을 봅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 옵니다. 그 때 반갑게 맞이 하기 위해 오늘 죽어라 살아야 합니다. 우리 모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