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나경원 후보 딸 (2011년 10월 24일)

divicom 2011. 10. 24. 11:25

세상의 모든 여성은 누군가의 딸입니다.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나경원 씨는 사학재단 주인인 나채성 씨의 딸이고 나 후보에겐 김유나라는 딸이 있다고 합니다.

 

엊그제 나경원 씨가 회비 1억원인 피부클리닉을 드나들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인터넷에는 유나가 쓴 애절한 편지가 나돌았습니다. 나 후보가 유명 피부클리닉에 간 이유가 자신의 피부 관리 때문이 아니고,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딸의 피부병 치료를 위해서였다고 믿게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살갗이 거칠어진다고 짜증부려 미안해. 가렵다고 많이 긁어 미안해. 엄마를 졸라대지 않았으면 병원에 안 갔을 텐데. 내가 병원에 가자고 조르는 바람에 일이 커졌나봐..." "엄마 미안해. 이제 병원에 가자고 조르지 않을께." 구구절절 읽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그런데 그 편지가 가짜라고 합니다. 그 편지가 인터넷 세상을 떠돌며 가짜다 아니다 설이 무성해지자 나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나경원 후보의 딸 편지는 사실이 아닙니다"라는 성명을 내기에 이르렀습니다. 선대위는 그 편지가 유나가 쓴 것이 아니니 "오해 없으시기 바란다"고 했고, 언론은 이 가짜 편지를 쓴 게 누구인지, 무슨 목적으로 썼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럴 때 보면 언론은 꼭 바보 같습니다. 그러나 국민은 바보가 아닙니다. 언론이 모르는 것을 국민은 압니다.

 

남자 형제 없는 나 후보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의 딸들 중엔 아들과의 차별을 겪는 딸들이 꽤 있습니다. 이달 초 나 후보가 재산을 공개했을 때 저는 유나가 남동생과 차별을 받고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열네 살 남동생의 저축액은 3308만원이었는데, 네 살이나 많은 누나 유나의 저축은 1514만 원이었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두 사람 다 스스로 일해서 번 것은 아닐 테니 부모의 차별이 저축액으로 나타났다고 보는 것입니다. 때로는 사소한 차이가 큰 차별을 드러냅니다.

 

나 후보는 가는 곳마다 자신이 '어머니'임을 내세워 평생 '어머니'로 살아온 중년이후 여성들을 공략하고 있지만 그에게서 '어머니'를 발견하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남자 후보가 자신이 '아버지'임을 내세우며 유세를 하면 웃음거리가 될 겁니다. 부인 없이 홀로 어렵게 아이들을 키운 아버지라면 몰라도. 마찬가지로 여자 후보가 스스로 '어머니'임을 내세우는 것도 이상합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자기 집 안에서만 통하는 정체입니다. 집 밖에 나오면 그냥 나경원, 박원순이 되어야 합니다.

 

아무리 정치가 연예가 되었고 연예인 같은 외모를 가진 정치인이 각광을 받는다 해도 그건 잠깐입니다. 예쁜 어머니가 훌륭한 어머니와 동의어가 아니듯, 연예인 같은 외모로 유권자의 눈을 즐겁게 하는 정치인이 훌륭한 정치인은 아닙니다.

 

딸이든 아들이든, 아내든 남편이든, 가족을 이용하는 정치인이 다시는 없기를 바랍니다. 유나의 통장과 남동생의 통장에 찍힌 숫자가 적어도 비슷해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