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나경원의 피부, 안철수의 침묵 (2011년 10월 20일)

divicom 2011. 10. 20. 15:27

지금 인터넷 세상은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나경원 씨의 피부관리 소식으로 떠들썩합니다. 연회비 1억원인 청담동의 클리닉에 다니고 있으며 코도 "조금 손 보았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나경원 씨가 예쁘니 찍어줘야겠다고 하던 분들, 어떻게 하실지 궁금합니다. 한나라당의 관점에서 보면 대단한 뉴스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바로 지난 달엔 홍준표 대표가 눈썹 문신을 하여 헤드라인을 장식한 적도 있습니다.

 

평생 숨어 일해 온 박원순 야권 통합 후보와는 다르게 나 후보는 카메라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천안함 사건 후에 한주호 준위의 영정 앞에 선 자신을 사진 찍게 하고, 카메라들 앞에서 14세의 장애 소년을 벌겨벗겨 목욕시킨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니 피부나 이목구비에 투자하는 게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다음으로 관심을 끄는 문제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 박원순 씨 지원에 나설 것이냐 입니다. 한나라당 사람들이 특히 마음을 졸이는 것 같습니다. 박근혜 씨가 나경원 후보 지원에 나섰지만 나 후보가 박원순 후보를 크게 따돌리는 것 같지 않으니 그러는 것이겠지요.

 

나 후보는 18일자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 만약 안 원장이 나서면 박 후보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안 원장에게 전이돼 본인에게 굉장한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안 원장이 나서더라도 효과가 크진 않을 것이다. (안철수) 바람도 많이 줄어들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조금 전 문화일보 인터넷판에 실린 기사에 보니 한나라당 유승민 최고위원이 오늘 최고위원회의에서 "안 원장이 서울대에 간 지 얼마 안 됐고 신설 대학원을 만들어 학생을 가르치러 간 사람이 현실적으로 정치를 하고 있으며, 그러면서도 스스로 정체성이 국립대 교수인지 대선 예비후보인지 애매한 처신을 하고 있다"며 "이건 비겁한 행동"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김무성 의원도 전날 "서울대가 전례없이 안 원장 부부를 정교수로 특채해 안 교수는 원장으로, 부인은 의과대학 정교수로 임명했다"며 "안 원장은 외부강의는 열심히 하고 있는데 정작 안 원장의 강의를 듣고 싶어하는 서울대 학생들은 강의를 듣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애매한 처신" "비겁한 행동" "줄어드는 안철수 바람"... 이런 얘기를 읽다 보니 웃음이 나옵니다. 안철수 교수가 그렇게 무서운가, 이 분이 얼마나 무서우면 이렇게 협박을 하나...

 

박원순 후보는 어제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안 원장에게 선거 지원을 요청할 것인가 하는 질문을 받고  "그동안 충분한 신뢰관계가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부탁드리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지금은 아니지만 앞으로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나경원 씨를 비롯한 한나라당 사람들은 안 원장이 이미 박원순 씨에 대한 지원과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었다는 사실을  잊은 것 같습니다. 지난 달 초 안철수 씨가 박원순 씨를 위해 자신은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지 않겠다고 말했었는데 말입니다. 또한 안철수 원장이 어떤 사람인지도 잊은 것 같습니다.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의사직을 버리고 컴퓨터 백신 개발자로 나선 분이며, 정치를 업으로 사는 사람들처럼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사는 분이 아니고, 누가 뭐라 하든 소신껏 사는 분이라는 사실 말입니다.

 

안철수 씨와 박원순 씨는 미남형이 아니고 눈썹도 그저 그렇고 피부도 별로 좋지 않지만 지금 이 나라에는 이 분들의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눈에 보이는 것에 집착해 온 한나라당 사람들, 나경원 씨와 같은 사람들이 많아서입니다. 그들로 인해 천박해진 이 나라의 문화를 바꿀 수 있는 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제 할 일을 해 온 철수씨와 원순씨 같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