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시장 선거와 노인 (2011년 10월 21일)

divicom 2011. 10. 21. 18:23

오랜만에 어머니와 점심을 하고 돌아오니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보낸 서울시장선거자료가 와 있습니다. 나경원 후보의 자료에 실린 사진은 시장 후보의 얼굴이라기 보다는 텔레비전에 나오는 아나운서나 탈렌트의 얼굴입니다.

 

박원순 후보의 자료 표지 주인공은 두 사람, 박 후보와 할아버지 한 분입니다. 할아버지의 얼굴은 박 후보는 물론 우리 모두의 미래의 모습입니다. 조금 전 이메일로 배달되어 온 노인에 관한 글이 생각납니다. 제가 존경하는 황경춘 선생님이 자유칼럼에 쓰신 글로, 제목은 '100세 노인 통계가 없는 나라'입니다. 오랫동안 언론인으로 활약하신 선생님은 아흔을 바라보는 연세에도 여전히 논리적이고 문제의식이 살아있는 글을 쓰십니다.

 

오늘 쓰신 칼럼을 보고 10월이 ‘경로의 달’이며 10월 2일이 ‘노인의 날’임을 알았습니다. 일본에서는 9월 셋째 월요일인 ‘경로의 날’을 공휴일로 정해 그 주말 동안 노인들이 가족들과 가을을 즐길 수 있게 한다고 합니다. 선생님은 금년 ‘경로의 날’에 나온 신문 보도에서 일본의 100세 노인이 약 4만8천 명이라는 사실을 접하시고 우리나라 100세 노인은 몇이나 되는가 며칠 동안 자료를 뒤져 보셨으나 알아낼 수 없었다고 하십니다.

 

통계청에서는 인구 통계를 94세까지 5세 단위로 세분해 집계하지만, 95세 이상은 한 항목으로 묶어 취급한다고 합니다. 황 선생님은 17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현재 고령자 후생문제를 연구하고 있는 안명옥 교수의 블로그를 통해 2009년에 100세가 된 노인은 884명, 2010년도는 904명(남 212, 여 692)이었다는 사실을 아시게 되었다고 합니다. 

 

오늘 선생님의 칼럼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고령층에 관한 자료 파악이 이렇게 부실하니 노인복지정책의 수립에 지장이 많다고 안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아도 금년도에 100세가 된 분의 숫자는 알 수가 없었고 ‘노인의 날’ 행사에 관한 보도자료도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선생님은 매년 100세가 되는 노인에게 대통령이 명아주 풀로 만든 지팡이 '청려장'을 선물한다고 인터넷에 나와 있는데, 올해에도 그 선물이 전달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고 쓰셨습니다.

 

예쁘고 젊어 보이는 얼굴만이 각광을 받는 이 나라에서 노인은 왕왕 그림자 취급을 받습니다. 그런 노인의 얼굴과 자신의 얼굴을 함께 선거 자료 표지로 삼은 원순씨, 그 마음을 알 것 같습니다.

 

아무리 정부와 집권당이 홀대해도 늘 기호 1번만 찍으신다는 어르신들이 이 번 선거에서만은 1번 아닌 10번을 찍으시기를, 그리하여 어르신들 자신들에 대한 인식을 바꾸시기를 기원합니다. 조금 전 쑥스러워하며 박원순 씨에게 보내달라고 10만원을 건네주신 여든 둘 이춘매 여사님, 좋은 글을 써주신 황경춘 선생님, 감사합니다. 부디 오래 건강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