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김태원의 암 (2011년 2월 28일)

divicom 2011. 2. 28. 13:16

락밴드 '부활'의 리더이자 작곡가인 김태원 씨가 이달 초 KBS < 해피선데이 > '남자의 자격-암극복 편' 녹화 중에 위암인 것을 알게 되어 수술을 받았다고 합니다. 원래 병원을 싫어해서 가본 적이 없는데  '남자의 자격' PD가 하도 설득을 해서 난생 처음으로 위내시경 검사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는 '남자의 자격'이 자신을 살렸다고 말합니다. 

 

26일 퇴원해 집으로 돌아온 김씨는 스포츠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제 위에 있는 상처가 잘 아물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고 합니다. 그가 회상하는 암 선고의 순간은 암환자들과 가족들 누구나가 알고 있는 고통과 두려움의 순간입니다.

 

"정말이지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 충격이 얼마나 크던지 말문이 막혀버리더군요. 잘못하면 죽는다는 생각에 이르니 가족과 주변 분들에게 얼마나 미안하던지… 수술이 결정될 때까지 약 보름간 가족들한테 말도 못하고 있었답니다. 그때는 말그대로 고독의 극한까지 갔습니다. 암환자 분들이 자신의 병만으로 고통받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가족 생각에 더 서글퍼지고, 그런게 사람을 더 힘들게 하더군요."

 

'암이에요'하는 말은 여느 질병의 진단과는 다른 '선고'입니다. 암이라는 말은 치료율이 높아진 지금도 생존율이 낮던 2, 30년 전처럼 듣는 사람을 아득하게 합니다. 1995년 저희 어머니가 위암 '선고'를 받던 순간이 떠오릅니다. 당차기로 유명한 어머니가 잠시 아무 말씀 못하시더니 입을 열었습니다. "수술하면... 살긴 삽니까?"

 

지금 김태원 씨처럼 저희 어머니도 수술만 하면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 수술보다 훨씬 긴 항암치료 기간이 남아있다는 걸 몰랐었지요. 머리를 빠지게 하는 빨간 주사와 그보다는 조금 덜 독하다는 하얀 주사, 두 가지 주사를 번갈아 맞으며 항암치료를 받았습니다. 지금은 항암치료의 고통을 줄여주는 약이 많이 나왔다지만 그때는 고통이 극심했습니다. 혈관이 숨거나 약해져 주사 바늘을 꽂기도 힘들었습니다. 결국 저희 어머니는 항암치료를 중간에 포기했습니다. 그러나 자신과 가족들의 노력으로 건강을 회복했고 지금은 여든둘이라는 연세가 무색할 정도로 바쁘게 생활하고 계십니다.

 

암의 원인은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미루어 짐작할 수는 있습니다. 저희 어머니의 경우에는 음식을 짭짤하게 먹는 습관이 암을 초래한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의사도 '매운 것이 해롭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지만 짠 것이 나쁘다는 건 규명이 되었다'며 싱겁게 먹을 것을 권유했습니다. 저희 어머니처럼, 대부분의 경우 암은 습관에서 옵니다. 김태원 씨도 불규칙한 생활, 불균형적인 식사, 잦은 음주 등, 암을 초래한 습관을 갖고 있을 겁니다. 

 

저는 '암은 앎'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이제부터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알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암은 그간의 생을 돌이켜보고 앞으로의 생을 더 잘 살게 도와주는 깨달음입니다. 암이 걸린 후에도 예전의 습관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 암이 재발하는 일이 있습니다. 낡은 습관을 어서 버리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라는 두 번째 경고인 셈입니다.

 

암을 알고 치료할 기회를 갖는 사람은 새롭게 살 기회를 얻은 운좋은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은 새 삶을 삶으로써 암 생존율을 높여, 암 선고를 받는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어야 합니다. 김태원 씨의 위암수술기가 3월 6일 '남자의 자격'을 통해 방영된다고 합니다. 그가 씩씩하고 당당하게 암을 이겨내기 바랍니다. 국민 4명 중 1명이 암에 걸리는 이 나라에서 좋은 본보기 노릇을 해주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