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김수철과 최병소(2026년 2월 9일)

divicom 2026. 2. 9. 12:29

한국은 천재를 알아보는 데 서투르고 천재를

인정하는 데 인색합니다. 보통 사람, 즉 생활인을

평가하는 잣대를 천재에게 들이대어 천재가

고사하게 하거나 숨게 합니다.

 

가수 김수철 씨(1957~)는 그런 나라의 천재 중 

한 사람입니다. 그가 지금껏 받은 박수는 받아야

할 박수보다 훨씬 작지만, 그는 괘념치 않고 자기

길을 가며 '저는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지,

계획을 짜는 사람이 아니에요'라고 말합니다.

그가 가수 겸 작곡가로 일하면서 30년 넘게 그린

그림을 14일부터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전시한다고 합니다.

 

저는 한강을 건너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한 번은

건너야겠습니다. 김수철 씨의 전시회와 함께 봐야 할

전시가 하나 더 있으니까요. 바로 페로탕 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화가 최병소 씨(1943-2025)의 전시회입니다.

 

작년 9월 타계한 화가는 '자기 식으로 살다가 자기 

방식대로 작업하다가, 그냥 없어지면 되는' 거라고

했고, 스스로 그렇게 '없어'졌지만 그의 작품들은 남아서

보통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아래에

두 작가의 전시회를 소개한 기사들과 원문 링크를

적어둡니다.

 

 

개인전 여는 김수철 "2평 주방이 작업실…

좋아하는 일은 끝까지"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저는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지,

계획을 짜는 사람이 아니에요. 좋아하는 일이라면 배가 고파도 하고,

배가 불러도 끝까지 합니다."

 

그간 대중가요·국악·영화음악을 넘나들며 가수이자 작곡가로 이름을 알린

'작은 거인' 김수철이 화가로 데뷔한다. 30년 넘게 붓을 잡으며 지금까지

1천점 넘는 그림을 완성했다는 그는 오는 14일부터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첫 개인전 '김수철: 소리그림'을 열고 일기처럼

차곡차곡 쌓아온 그림들을 선보인다.

(중략)

 

김수철 개인전 포스터 [본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소리그림'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서 자화상, 색채 수묵화 등

160여점을 선보인다. 평소에도 일상의 소리를 재료로 삼아 음악을

만들어왔다는 그는 특정한 주제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듣는 소리를

그림으로 풀어냈다고 설명했다.

 

김수철은 "노래도, 그림도 뿌리는 내게서 나오는 것"이라며 "바람 소리,

정치인이 싸우는 소리, 세계에서 전쟁이 벌어지는 소리를 포함해

다양한 그림을 그렸다. 단순한 것을 싫어해 수묵화는 푸른색과 주황색 등

여러 색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자연을 파괴하고 전쟁을 일삼는 인간의 오만함을 꼬집는 작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우주 어딘가에 존재하는 행성에서 듣는 지구의

소리는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며 200호 캔버스를 채워나갔다고 한다.

그는 "평소 밤하늘 별을 보면서 어딘가 존재할 행성도 지구와 같은

모습일까 질문하곤 한다"며 "우주와 비교하면 작은 행성인 지구에서

살아가는 인간이 겸손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표현했다"고 소개했다.

(중략)

1977년 데뷔한 그는 '못다 핀 꽃 한송이', '젊은 그대' 등의 히트곡으로

사랑받았다. 국악에 대한 깊은 관심으로 영화 '서편제' 오리지널사운드

트랙(OST)을 작곡했으며, 지난 2023년에는 동서양 100인조 오케스트라를

꾸려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중략)

지금까지 좋아하는 일에 충실하게 살겠다는 일념으로 숱한 실패를

무릅쓰고 살아왔다는 김수철은 앞으로도 그림과 음악 작업을 병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은 잘 된 것만 이야기하지만, 돌아보면 제가

한 일은 전부 실패였어요. 그런데도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삽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60204151400005?section=search

 

 


최병소의 ‘무제 0221206’ (왼쪽)과 생전 최 작가가 작업하던 모습.
페로탕 제공

 

 

너덜너덜해진 신문지,

지울수록 빛난 침묵의 시간

최병소 작가 별세 후 첫 개인전

“자기 식으로 살다가, 자기 방식대로 작업하다가, 그냥 없어지면 되는 겁니다.”

최병소(1943~2025) 작가는 과거 국립현대미술관 작가와의 대화에서

‘미술가의 삶’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신문이나 잡지를 볼펜이나 연필로

긋는 수행적 행위를 통해 시간과 자신을 지워가던 작가는 그렇게 무(無)로

돌아갔다.

서울 강남구 페로탕 갤러리에서 그가 생애 마지막 10여 년간 남긴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지난해 9월 작가가 별세한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개인전이다. 전시에는 ‘무제’라는 제목이 붙었다.

전시장에는 작가의 대표 연작 ‘신문 지우기’ 21점이 걸렸다. 작가는 신문지

위에 볼펜을 수천, 수만 번 그어 글씨와 사진을 지운다. 다시 그 위에 연필을

덧칠한다. 작업 과정에서 종이는 자연스럽게 찢기고 너덜너덜해지고

양철판처럼 광택을 지니게 된다. 작가는 일상에서 구하기 쉽다는 이유로

신문과 모나미 볼펜을 고집했다.

197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그의 지우기 작업은 다양한 해석으로 읽힌다.

작품의 시작은 필기만으로도 너덜너덜해지거나 찢어지던 1950년대

교과서였다. 과거에는 ‘죽어버린 언론에 가하는 항변’, ‘유신과 검열에 대한

저항’이라고 읽혔으며 노년에는 ‘문자와 이미지를 없앤, 문명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태도’로 해석됐다.

 

전시장에는 검은 화면의 ‘무제 0191211’과 흰 화면의 ‘무제 0241029’가

나란히 걸려 눈길을 끈다. 흔치 않은 그의 흰 작품은 인쇄되기 전 신문

용지에 나오지 않는 볼펜을 계속해서 긁는 행위만 더한 것이다. 검은 화면이

언어를 지웠다면 흰 작품은 시간을 지우는 행위로 읽힌다. 본체는 잃은 채

‘타임’(TIME)이나 ‘라이프’(LIFE) 같은 제호만을 남겨둔 작품도 있다.

 

시끄러운 세상이 지워진 자리에는 침묵만 남았다.  작가는 떠났지만

작품은 남아 언어의 홍수 속에 매몰된 현대인들에게 삶의 실제적 시간과

자아의 회복을 제안한다. 전시는 다음 달 7일까지.

윤수경 기자
 
 

https://www.seoul.co.kr/news/life/exhibition/2026/02/05/20260205013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