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미국보다 작고 부족한 점도 많지만
한국이 미국보다 나은 점도 있습니다. 그중 첫째는
미국에서는 시민의 총기 소지가 합법이지만 한국에선
불법이라는 겁니다. 한국인은 유난히 감정적이라니
총기까지 자유롭게 소지할 수 있으면 범죄율이
높아질지 모릅니다.
총기 소지가 불법인 걸 다행으로 생각하는 저이지만
사실 저는 거의 매일 총을 쏘고 있습니다. 좀 과장해
말하면, 이상(異常)이 정상화된 이 나라에서 제가
온전한 정신(sanity)을 유지할 수 있는 건 언제나 총을
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총을 가장 자주 쏘는 곳은 저희 집 아래 큰길의
횡단보도입니다. 횡단보도 앞에 차량 정지선이 있지만
그 정지선에서 멈추지 않고 횡단보도를 침범하는
자동차가 흔합니다. 한국 차도 있고 외국 차도 있고
승용차도 있고 승합차와 트럭도 있습니다.
그런 차를 보면 바로 장갑이나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손가락 총을 꺼내어 발사합니다. 차마 사람에게 쏘진
않고 바퀴를 향해 쏘는데, 격발 횟수는 횡단보도를
침범한 정도에 따라 결정합니다. 아주 조금만 침범하면
한 발이지만 차체 전체가 횡단보도를 차지한 경우엔
서너 발을 연거푸 쏩니다.
저 혼자 느끼는 건진 몰라도 제가 총질을 시작한 후
그 횡단보도를 침범하는 자동차의 수가 줄어든 것
같습니다. 어제도 산책길에 보니 모든 차가 정지선에
맞추어 서 있었습니다. '흠, 내 총질이 소문 났나 보군!'
제 총질의 효과를 생각하며 기분 좋아하다가 문득
깨달았습니다. 아, 이래서 총기 소지를 합법화하면
안되겠구나, 총의 힘을 믿고 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이 많아지겠구나!
총기 소지 합법화는 안되지만 저와 같은 흰머리 총잡이는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시들어가는 몸과 정신 탓에 혁명을
도모하거나 나쁜 정치인을 암살할 수는 없어도 손가락
총으로 횡단보도를 지키는 일은 할 수 있으니까요.
죽을 때까지 각자 깜냥껏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민주 시민, 아니 사람의 도리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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