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을 할 뿐 운동은 하지 않는 저이지만 올림픽게임
중계는 열심히 봅니다.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는 젊은이들이
다양한 활동으로 즐거움을 찾는 대신 온 힘을 모아 자신과
싸우며 올림픽을 준비했으니 중계라도 보며 그들에게 감사와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 진행 중인 겨울
올림픽 중계는 보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이번 올림픽 중계권을 독점한 jtbc
때문입니다. 전 세계에서 모인 3,500명의 선수들이 116개의
세부 종목에서 겨루고 있지만 jtbc는 컬링, 스노보드, 쇼트 트랙 등
한국 선수가 메달을 땄거나 딸 가능성이 높은 경기만 보여 줍니다.
결과적으로 똑같은 경기는 여러 번 방영되고 피겨 스케이터
차준환 선수처럼 뛰어난 기량에도 불구하고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의 경기는 보기가 힘듭니다.
올림픽 중계를 시청하며 불평한 적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기분이 나빠 시청을 포기한 경우는 없었습니다. 요즘은
jtbc를 아예 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마침 임종건 선배님이 자유칼럼에 연재하시는 '드라이펜'에
제 마음을 대변하시는 듯한 글을 쓰셨기에 감사하며 아래에
옮겨둡니다. 맨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자유칼럼 사이트로
연결되어 임 선배님의 다른 글들을 볼 수 있습니다.
'코리안 풀' 방송을 살려라

'네이버 이미지 캡처'
어느 나라든 국제 스포츠대회는 비록 일시적이라고는 해도 국민을
통합하는 기회입니다. 한국은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2년 한일
월드컵 대회,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그런 극적인 순간을
맛봤습니다.
유럽 쪽에서 열리는 국제경기는 한밤중이나 새벽에 동네에서 ‘와’하는
함성이 터져나오게 했습니다. 한국 팀의 경기를 밤을 새워가며 TV
앞에서 지켜보던 시청자들이 한국 팀이 승리하는 순간에 내지르는
함성이었습니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선전을 응원하는 그 순간 국민은 하나가 됩니다.
사람들의 뇌리에 축적된 그런 통합의 기억들이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힘입니다. 사사건건 국민 간의 분열과 대립을 조장해 국가적 에너지를
고갈시키는 정치의 폐해를 견디게 하는 힘도 됩니다.
그런 통합의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촉매로서 무엇보다 방송의 역할이
큽니다. 그동안 KBS mbc SBS 등 공중파 방송 3사가 ‘코리안 풀
(Korean Pool)’을 구성, 국제올림픽위원회(IOC)나 국제축구연맹
(FIFA) 등과 협상을 통해 중계권을 따내 여타 군소 방송사들과 함께
경기를 중계하고 국민적 응원 분위기를 띄우는 데 앞장을 섰습니다.
지금은 경기를 시청하는 방법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TV 앞에서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시청하기보다는 각자 인터넷이나 휴대폰의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길을 가면서 또는 방에서 누워 경기를 시청할
수 있습니다.
2월 6일부터 22일까지 이탈리아 밀라노 코르티나에서 열리고 있는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의 시청자들은 달라진 시청환경을 매우 언짢게
경험하고 있습니다. 케이블 TV의 하나인 jtbc가 2019년 IOC와
협상에서 이번 대회부터 독점 중계권을 가져간 결과입니다.
코리안 풀과 IOC 간의 협상이 가격 문제로 결렬된 틈을 jtbc가
파고 들어가 비싼 돈을 주고 독점권을 가져갔다고 합니다. jtbc는
비용 분산을 위해 공중파 3사 등을 상대로 중계권 재판매를
시도했으나 코리안 풀로부터 비싸다는 이유로 거부당했습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때 처음 가동된 KBS mbc의 합동
중계체제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거쳐,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
SBS가 동참하면서 코리안 풀제가 본격화했습니다. 물론 코리안 풀
체제에서도 과당 경쟁으로 인한 잡음이 있었으나 기본 틀은 유지됐습니다.
IOC나 FIFA는 특정사에 독점중계권을 줄 것처럼 하면서 입찰 가격을
올리는 협상술을 썼습니다. 그때마다 국부 유출 비판이 빗발쳤고,
중계권 독점으로 인한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 침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 와중에 케이블 방송이나 OTT업체들이 개별 국제경기에서 코리안 풀을
제치고 독점 중계권을 따낸 적도 있었습니다. 광고 수입보다 브랜드
선전을 위한 전략이었지만, 시청률 확보를 위해 공중파 방송과 공동
중계 방식으로 운영해 큰 말썽은 없었습니다.
코리안 풀이 jtbc의 재판매 제의에 응하지 않은 이유는 광고시장
악화에 따른 재정적인 어려움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jtbc가 비싸게
중계권을 따내고는 재판매가격을 터무니없이 높게 요구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IOC를 상대로 한 협상 경험과 노하우에서 앞서 있다고 할 코리안 풀이
종편 방송으로부터 하청을 받는 꼴이니 자존심도 상했을 것입니다.
공중파가 중계하지 않는 올림픽이 흥행에 성공할 것인지 '맛좀보라'는
심리도 작용했다고도 하겠습니다.
jtbc는 이에 대해 자사의 가시청 가구율이 96.8%이고, OTT업체인
네이버 TV와 제휴했으므로 보편적 시청권 기준은 충족된 상태라고
주장합니다만, 개막식 시청률이 이전 올림픽 개막식의 10분의 1 수준인
1%대라는 결과를 보면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많은 방송이 올림픽을 중계할 경우 인기 종목, 메달획득 종목에 대한
중복 방영으로 전파 낭비의 요소가 있습니다만, 그것이 독점 중계에
따른 방송의 품질 저하와 다양성 훼손의 폐해보다는 덜하다고 하겠습니다.
다른 방송이 보유한 캐스터와 해설진의 능력 발휘 기회가 없어지고,
시청자로선 다양한 종목을 골라보는 기회를 잃게 됩니다.
대회에 출전한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가장 힘이 되는 것은 국민의
응원입니다. 한일월드컵 4강 진출처럼 응원의 힘으로 선수들은 더 좋은
기량을 발휘하게 됩니다. 참여 방송이 많을수록 응원의 힘이 커진다는
것은 불문가지입니다. 그점에서 jtbc의 독점중계는 선수들의 사기
진작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봅니다.
최가온 선수가 지난 12일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금메달을
따던 순간 생중계가 안 돼 시청자들의 분노를 샀습니다. jtbc는
최 선수가 결선 2차 시기까지 실패하자 금메달을 딴 3차시기를 제쳐두고,
카메라를 쇼트트랙 경기장으로 넘겼다고 합니다. 쇼트트랙이 시청자의
관심도가 높은 종목이기 때문이었다고 해명했으나, 그것은 선수와
경기를 대하는 방송사의 자세에 관한 문제입니다.
이런 분위기에도 경기가 중반에 접어들면서 한국 선수들이 예상 외의
종목에서 선전하면서 시청률도 상승세를 타고 있는 듯합니다. 그러나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jtbc가 흑자를 올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합니다. jtbc로선 ‘승자의 저주’라고 하겠습니다. 앞으로 중계권
협상에서 교훈이 돼야 할 것입니다.
IOC로선 중계권 수입이 전체 수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싼 값에 많은 사람이 올림픽 경기를 시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계권 판매의 목적입니다. 한국의 경우가 돈만 벌었지 경기를 보는
사람은 줄었다면 그 원칙에 반하는 것입니다.
충분히 재협상의 사유가 된다고 봅니다. 당장 오는 6월 11일 개막되는
북중미 월드컵 대회에서 같은 문제가 대두될 것입니다. 축구계와 jtbc,
코리안 풀은 이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FIFA와의 재협상을 서둘러야
하겠습니다.
코리안 풀의 주도 방송으로서 종편의 독점중계 결정 이후 7년 동안
KBS의 대응이 너무 안이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과, 종편도 참가하는
코리안 풀의 제도개편도 필요해 보입니다. 코리안 풀과 유사한 형태로
운영 중인 일본의 ‘재팬 컨소시엄’이 공영 NHK방송을 중심으로 아무
잡음 없이 40년 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철저히 벤치마킹할
대상이라고 봅니다.
나는 독점중계 사태로 국민적 응원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음에도
불구하고 선전하고 있는 대표 선수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예상되지
않았던 종목에서 메달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흘린 선수들의 노력을 생각합니다. 패를 갈라 싸울 생각만 하는
정치인들도 올림픽 기간만큼은 국민과 한마음으로 응원하며
통합을 학습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출처 : 자유칼럼(https://www.freecolum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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